매일신문

서가에서-돌맹이 하나도 우주

도시의 아스팔트길은 웬만큼 걸어가도 작은 돌멩이 하나 만나기가 힘들다. 새까만 먼지 외에 흙 보기도 쉽지 않다. 어딘가로 숨어버린 것이다.

우리의 눈앞에는 많은 것이 있다. 산, 집, 나무, 차, 개, 사람, 강... 똑같은 것은 하나도 없어 보인다.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것들이 있다. 더욱이 밤하늘을 쳐다보면 겁이 날 지경이다. '저렇게 많은 별들, 끝이 보이지 않는 검은 우주라니' 그런데 순간 먼지보다 더 작은 두 눈으로 그 무한히 큰 것들을 쳐다보고 있는 자신이 느껴진다. 묘한 감동과 즐거움이 몰려온다.

생물, 무생물, 고체, 기체, 액체를 막론하고 세상의 모든 것들에 전자현미경을 가져가면 그것들은 모두 분자, 원자, 핵, 전자, 양성자, 중성자, 쿼크 등의 미립자로 분해되고 만다. 빛도 광자라는 알갱이로 환원되고, 심지어 미국의 한과학자의 주장에 따르면 우주의 어둠도 암흑물질 알갱이로 가득 차 있다고 한다. 어쨌거나 중요한 것은 작은 알갱이이건 '초끈이론'에서처럼 작은 띠 이건, 그렇게 형형색색 다른 것처럼 보이는 것들이 모두 동일한 요소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이다. 별로 놀라울 것 없는 상식적인 얘기이다. 그러나 그렇게 간단치만은 않다. 진흙덩이와 나를 구성하고 있는 것은 똑같은데 무엇이 나를 나이게 하고 진흙덩이를 진흙덩이이게 하는가? 결코 쉽지 않은 물음이다.

어린 시절 시골에서 자란 사람들에게 돌멩이는 현재의 만능 조립식 로봇과도 같은 것이다. 뭉클한 그리움으로 애써 돌멩이를 찾다가 결국 보았다. 아스팔트길에도 돌멩이가 있었다. 시커먼 아스콘 속에 촘촘히 박혀 있는 많은 돌멩이를 보았다. 가장자리의 돌멩이 하나를 뜯어냈다. 과학자들이 처음으로 원자를 발견한 것처럼 기쁘다. 아스팔트는 아스콘에 돌멩이를 섞어 만든 것이다. 사람이 필요에 의해 발명한 것이다. 사람의 의지가 돌멩이를 아스팔트로 만든 것이다. 떼어내져 내손에 올라온 돌멩이는 이미 보석이다. 세상만물의 생성원리에 관한 힌트를 던져준 보물과도 같은 것이다.

사람의 의지, 자연의 기운, 천지신명, 신의 섭리.... 그 무엇이라도 상관없다. 돌멩이, 먼지 하나도 전우주적 생명체의 한부분이다. 손위의 작은 돌멩이 하나가 나를 지적 순간오르가즘으로 인도한다.

황보진호 하늘북 커뮤니케이션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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