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화이트데이…'불량 사탕 조심하세요'

지난 10일 오후 대구 수성구 한 초등학교 앞 문구점.

아이들이 집어든 건 낱개로 포장한 개당 100원 짜리 가루 과자. 한 숟가락만 털어넣어도 입안이 온통 새파래졌다. 낯선 제조사가 만든 이제품 겉봉에는 유통기한 표시 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초교 3학년 자녀를 둔 김은혜(38·대구 수성구 중동) 씨는 "어디서 만든건지도 모르는 식품을 먹다 탈이라도 나면 어쩌나 항상 고민"이라며 걱정했다.

학교 앞 부정·불량식품의 무차별적 공세에 어린이들의 건강이 방치되고 있다. 과자와 초콜릿, 사탕 등 어린이 기호식품 가운데 유통기한이나 성분 함량이 표시돼 있지 않거나 심지어 제조 회사마저 알 수 없는 불량 식품이 버젓이 팔리고 있는 것.

화이트데이를 앞두고 사탕을 고르는 아이들로 붐비는 10일 오후 대구 동구 한 초교 앞 문구점 3곳을 둘러본 결과, 성분함량 표시가 제대로 돼 있지 않은 제품들이 대부분이었다.

낱개로 100~200원에 팔고 있는 초콜릿 20여 종 가운데 제조 또는 수입업체를 알 수 없는 것도 절반 가까이 됐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빼빼로데이'를 맞아 대구북구청이 학교 주변 제과점 21개소를 대상으로 실시한 위생점검 결과, 7곳이 '위생에 문제가 있다'는 이유로 현지 지도를 받았다. 또 같은달 대입수능 관련상품 점검에서도 23개 업소 가운데 10개 업소가 현지 지도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행정 당국의 단속은 형식적으로 그치고 있다. 현재 학교주변 슈퍼나 문구점 등을 대상으로 민간에서 위촉된 소비자위생 감시원이 지도에 나서고 있는 형편.

하지만 소비자위생감시원에게 단속 권한이 없고 전문성이 부족, 유통기한을 확인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100~200원어치씩 포장·판매할 경우 제조자와 성분 등이 원래 포장에만 기재되면 단속을 피할 수 있어 실제로 어떤 제품인지 조차 확인하기 어려운 실정.

대구시는 분기별로 60개 품목, 30만원어치의 식품을 수거, 검사하지만 검사품목이 과자류와 아이스크림, 농산물 등 지나치게 방대한데다 단순히 사용 가능한 색소와 첨가물의 용량정도만 검사하는 탓에 실제 부적격 판정을 받는 경우는 극히 낮다.

특히 식중독균과 대장균 검사 등 세균검사의 경우 같은 제품을 6개 이상 구해야 해 제품 수가 적으면 검사할 수 없는 형편이다.또 첨가물이 규정 규격 상 금지 품목만 아니면 판매가 가능한 점도 제도상의 헛점. 각 첨가물이 복합적인 화학작용을 일으켜 해를 끼칠 경우에 완전히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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