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아프리카 순방을 마치고 14일 귀국할 예정임에 따라 이해찬 총리의 거취문제를 어떻게 매듭지을지 주목된다.
지난 6일 출국했던 노 대통령은 그동안 국내 상황을 보고받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입장 표명은 없었다. 그만큼 총리거취 문제를 놓고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노 대통령은 귀국 후 이 총리와 열린우리당 지도부, 청와대 참모진으로부터 보고를 받은 뒤 입장을 정리할 것으로 보인다.
당초의 청와대측 기류는 유임 쪽이었다. 3·1절 골프가 총리직을 사퇴해야 할 중대 사안은 아니라는 판단이 우세했던데다, 노 대통령의 레임덕을 막고 국정을 차질 없이 이끌어가야 하는데 여권 실세인 이 총리를 대신할 만한 후임자를 찾기가 쉽지 않다는 측면을 고려했던 것이다.
그러나 골프 파문이 '내기 골프' 에다 '교원공제회 의혹'으로까지 불거지는 등 갈수록 확산되자 청와대측도 곤혹감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한나라당은 '골프 게이트'로 규정, 국정조사를 벼르고 있고 검찰에서도 조만간 수사에 착수할 움직임이기 때문. 열린우리당도 이 총리 사퇴 쪽으로 굳혀가고 있다.
물론 이 총리가 사의를 표명한다고 해도 노 대통령이 곧바로 수리할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후임 물색이 쉽지 않은데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총리 인사청문회를 할 경우 여당이 수세에 몰릴 수 있다는 점이 부담이 되는 것이다. 게다가 지방선거와 관련해 예고돼 있는 환경부 장관의 교체 일정에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
때문에 이 총리 사퇴문제에 대해 심사숙고하는 모양새를 취하면서 매듭 시기를 가능한 한 늦춘 가운데 여론추이를 지켜보는 방안이나 사퇴를 기정사실화한 뒤 그 시점만 지방선거 이후로 미루는 방안 등이 유력한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물론 비난 여론이 거세질 경우 이 총리를 조기에 사퇴시킬 수도 있으나 이 경우에도 청문회 정국을 피하기 위해 지방선거때까지는 경제부총리 대행체제로 이끌어 갈 가능성이 있다.
결국 노 대통령은 '지방선거'냐 '레임덕 차단'이냐, 양단 간에 택일해야 할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일각에서 노 대통령의 탈당설이 제기되고 있는 것도 이같은 고민과 맞물려 있다.
서봉대기자 jinyo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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