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월에는
손계현
나무 숲 밑을 웅성거리던 배고픈 들바람
잠시 물러간 자리
동면(冬眠) 속에 숨겨 두었던
노란 테니스공을 꺼내 보다
문득 올려다 본 하늘은 명징(明澄)한 거울이었다.
작은 다짐들이 훌쩍 강을 건너려 하고
꽃샘추위에 오들오들 떨고 있을
삼월이 눈앞에 서성인다.
지난 가을에 잘 다듬었던 마른 가지에
힘찬 물오름이 시작되고
노랑 병아리 떼가 학교 운동장에서
일렬종대(縱隊)로 서 있다.
포름한 보리잎들이 눈 속에서 꼼지락거리며
세월은 부지런히 봄밭을 달구어 가는데
후회하며 날마다 후회하며
올려다 본 하늘은 명징한 거울로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돌아보면 1월의 다짐들은 어느 새 '훌쩍 강을 건너려 하고' 있다. 언제나 '다짐'은 '다짐'으로 끝나버리는 것이 범인(凡人)의 삶이다. 뭇 생명들의 '힘찬 물오름이 시작되고', '세월은 부지런히 봄밭을 달구어 가는데', 상대적으로 '새해의 다짐'은 현실화될 가능성이 점점 멀어져 간다. 어김없이 생명을 가꾸는 자연 앞에서 '후회하며 날마다 후회하며' 봄을 맞고 또 보내야 하는 것이 범상인의 삶이다.
그러나 올려다 본 봄 하늘은 '명징한 거울로/ 나를 지켜보고 있'다. 이 사실을 잊지 않는다면, 우리의 꿈(봄)은 푸른빛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음을 믿는다.
구석본(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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