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슈 따라잡기-악플의 폐해와 올바른 댓글 문화

▨이슈의 배경

최근 정보통신부가 발표한 '2005년 하반기 정보화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 어린이 중 5세 이상 어린이의 인터넷 이용률은 64.5%이었으며, 4세 이상 44.6%, 3세 이상도 3명 중 한 명꼴로 인터넷을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디지털기회지수(DOI) 세계 1위라는 지표가 말해 주듯 실로 'IT강국'다운 모습이 아닐 수 없다. 모바일이나 e-스포츠 분야에서는 타 국가들이 범접할 수 없는 기술력으로 이미 세계 IT시장을 선도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인터넷 강국'이란 말이 틀리지 않다.

인터넷 강국이란 인터넷 참여율과도 맥을 같이 한다. 그리고 인터넷 참여율을 나타내는 바로미터가 댓글이다. 또한 인터넷상의 게시판 이용자들 사이에 이 같은 댓글을 주고받으며 생긴 트렌드인 댓글 문화는 정치·사회·경제·문화 전 분야에서 현재 우리의 삶을 변화시키는 주요 요인이 되고 있다.

▨댓글의 폐해 사례

악플의 가장 대표적인 경우가 최근 임수경 씨 사례이다. 임수경 씨의 아들이 지난해 7월 필리핀에서 익사한 사고가 발생했는데, 이를 '조선닷컴'이 기사화했고 네티즌들은 차마 입에 담지 못할 댓글을 올리며 사회 문제가 됐다. 이 중 한 네티즌은 "임수경은 김정일의 애첩 아닌가. 너도 니 아들 따라 이 세상 하직해라"라는 상상하기조차 힘든 악플까지 남기기도 했다. 1989년 대학생 신분으로 '방북'을 감행한 통일운동가로서의 임수경 씨의 이념이 자신의 그것과 상반된다 하더라도 아들을 잃은 한 어머니에게 내뱉을 수 있는 말은 결코 아니었다. 더 놀라운 사실은 임수경 씨 기사에 악플을 단 피고소인 25명 중 대다수가 30~60대였다는 사실이다. 이들의 직업도 대학교수, 금융기관 및 대기업 간부, 자영업자, 주부 등이다. 그 동안 많은 이들이 댓글은 10~20대 젊은이들이나 하는 행동이라며 '인터넷 여론은 초등학생이 만드는 것'으로 무시했던 일반 통념이 깨진 것이다. 결국 검찰은 지난 1월 26일 임수경 씨 아들의 사고사와 관련해 신문 기사에 심각한 인신 공격성 댓글을 남긴 네티즌 14명을 대상으로 벌금 100만 원에 약식 기소했다.

최근에는 이와 상반된 결론이 난 사건이 추가로 발생해 네티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친일작가 김완섭 씨가 지난해 인터넷에 공개한 '양심불량 대한민국!, 독도는 일본에 돌려줘라'라는 칼럼에 악플을 단 네티즌들을 고소하면서다. 일단 검찰은 김완섭 씨가 고소한 네티즌을 처벌하기 어렵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똑같은 악플을 두고 검찰이 법적 해석과 분석을 달리하고 있는 것이다.

검찰 측은 『친일파를 위한 변명』이라는 책을 쓴 김완섭 씨의 칼럼이 사회통념을 벗어난 발언으로 네티즌들을 자극했기 때문에 처벌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또한 네티즌들의 반응도 지난 임수경 씨 사건 때와는 사뭇 다르다. 많은 네티즌들은 '망언을 한 친일파가 고소를 한 것은 적반하장 격'이라며 항의의 뜻을 나타내고 있다.

▨리플은 긍정적인 면도 많다.

반면, 좋은 댓글은 사회에서 긍정적인 힘을 발휘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최근 한 중학교 교사는 자신이 담임을 맡고 있는 학급 아이들에게 인터넷 세대의 댓글 문화를 적절히 활용해 아이들의 학습 능력을 극대화한 바 있다. 당시 이 반은 전체 학급에서 꼴찌를 맴돌던 성적이었지만 교사가 학급 홈페이지에 게시된 아이들의 질문에 일일이 댓글을 달고 메신저로 아이들과 대화하면서 학습 참여의지를 크게 올린 것이다. 아이들이 그 동안 무의식중에 느껴온 '나는 학급 아이들 중 하나일 뿐'이라는 익명성을 오히려 게시판의 댓글 달기와 메신저로 '선생님과 나'라는 주체적 자아로 인식하도록 만든 것이다.

기업에서도 댓글이 소비자의 참고 자료 성격을 뛰어 넘어 소비자와 기업의 역학관계를 변화시키는 핵심 아이템으로 떠오르며 주목받고 있다. 이 중 성공적 '댓글 마케팅' 사례로 해충방지 업체인 세스코를 꼽을 수 있다. 이 기업은 인터넷상의 소비자 접점인 Q&A코너에 유쾌하고 성실한 '댓글 달기'로 유명세를 탄 업체다. 결국 이 같은 댓글 달기가 소비자들에게 입소문이 나 여러 미디어에 소개되면서 적은 비용으로 큰 홍보 효과를 거두고 있다.

뿐만 아니다. 네티즌의 댓글 하나가 많은 이들에게 감동과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올해 초 한 포털 사이트에 버스 운전기사가 몸이 불편한 할머니를 업어서 내려주는 사진이 게시됐다. 이를 본 많은 네티즌들이 격려의 댓글을 달기 시작했고, 그 동안 정류장 무정차, 운전 중 휴대폰 통화 등 불친절과 난폭운전의 대명사로 인식됐던 버스 운전기사가 선행의 모범사례 중 하나로 각인되는 계기가 됐다.

해외의 경우도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다른 점은 인터넷상의 댓글 문화가 감정적 말싸움이 아닌 논리를 기반으로 한 주장, 상호이해를 바탕으로 한 토론 문화로 정착될 수 있도록 인터넷 세대들에게 끊임없이 학교에서 교육을 시킨다는 것이다. 즉, 학생들이 무분별하게 인터넷상에 게재된 정보를 인용·표절하거나 상투적인 표현을 사용할 수 없도록 규제하고 있다.

▨바람직한 댓글 문화

많은 전문가들은 임수경과 김완섭 씨 두 사건을 통해 댓글에 대한 올바른 패러다임을 만들어야 할 때라고 입을 모은다. 악플의 원인을 따져 시비를 가릴 것이 아니라 댓글이라는 것은 원천적으로 논리와 근거를 토대로 정당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특히 '표현의 자유'와 '인권 침해' 라는 가치 사이에서 균형 잡기가 어려운 현실에서 사법 처리라는 공권력이 개입한 이상 기성세대가 빠른 시일 내에 풀어야 할 숙제다.

현행법상 악플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61조 제1항과 제2항, 그리고 형법 제311조 등을 통해 처벌할 수 있지만, 모든 댓글을 법의 심판대에 올려 그것이 일반적 가치의 기준에 합당하냐 그렇지 않느냐를 가릴 수는 없다. 네티즌 스스로 범죄 행위임을 인식해야 한다.

댓글 문화는 인터넷상에 자유로운 토론의 장을 만들었다는 긍정적 효과와 인터넷 공간을 비난의 장으로 떨어트렸다는 오명을 함께 얻고 있다. 혹자는 이 때문에 이를 정보화의 문화지체 현상이라는 그럴듯한 이름까지 붙여주었다.

게시판 댓글을 통해 소장파 과학자들이 결정적인 제보를 한 황우석 교수 사태와 아동 급식의 부실을 폭로한 '제주도 도시락 파문'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댓글 문화는 이미 정치?사회?경제?문화에서 지대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악용된 경우에는 이미 여러 사례를 통해 알려진 것처럼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가기도 하며 허위 정보로 사회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최근 한 TV 프로그램에서는 '무플'(댓글이 없다는 뜻)이란 단어를 소개했는데, 이날 TV에 등장한 우리 10대 청소년들은 악플보다 무플을 더 무서워한다고 했다. 이는 댓글 문화가 이미 사라질 수 없는 사회 현상으로 굳건히 자리 잡았다는 뜻이다. 결국 댓글 문화가 인터넷 상에서 사라지기 어렵다면, 이를 올바른 문화로 유도하는 노력이 절실하다. '내가 상대방이라면'이라면, '악플은 범죄 행위다.'라는 생각을 단 1초만 하자. 굿플이 판치는 세상을 보고 싶지 않은가.

▲e-스포츠

Electronic Sports의 약자로, 뛰고 달리는 등의 스포츠와는 달리 인터넷상에서의, 즉 네트워크 게임을 이용한 각종 대회나 리그를 뜻한다. 소극적 의미에서의 e-스포츠는 게임대회 또는 리그만을 지칭하는 의미로 쓰이지만, 좀 더 넓은 의미에서는 게임을 이용한 대회뿐만 아니라 대회에서 활동하는 프로게이머, 게임 해설자, 방송국 등을 포함한 엔터테인먼트 산업으로서의 의미와 게임 문화와는 또 다른 신문화를 가리킨다. 현재 국내에서는 프로게임이라고도 불리는 대회 및 리그, 프로게이머 관련 분야를 통칭하는 의미로 쓰이고 있으며, 하나의 산업, 새로운 문화로 정착되어 가고 있다.

▲인터넷 실명제

2004년 3월 12일 개정 공포된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 방지법'에 규정된 개념으로, 인터넷 언론사의 게시판에 선거에 관한 의견을 게시할 때 의견 게시자가 기입하는 성명과 주민등록번호의 일치 여부를 확인한 후 일치하는 경우에 한하여 의견을 게시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말한다. 제 17대 국회의원총선거에 대비해 익명성을 악용해 인터넷 공간에서 불법 선거운동을 하지 못하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도입되었다. 인터넷 실명제가 이루어지면 인터넷상에 글 하나를 올리기 위해서도 주민등록번호와 실명이 확인된 이후에야 가능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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