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버지가 들려주는 옛이야기-오늘이 바로 내일이란다

얘야, 희망에 넘치는 새 학기가 되었구나. 하고 싶은 일이 무척 많겠지. 이쯤에서 지난해 일을 한번 생각해 보자. 계획하였던 일은 다 이루었는지, 후회되는 일은 없는지…….

'Tomorrow never comes.'라는 서양 속담이 있단다. '내일이란 결코 오지 않는다.'는 뜻이지. 즉 '오늘 해야 할 일은 오늘 하라'는 교훈을 담고 있단다.

그러고 보니 내일(來日)도 '올 래, 날 일'이니 '다가오는 날'이라는 뜻이고, 내일을 명일(明日)이라고도 하는데 이 말도 '맑을 명, 날 일'이니 '밝아오는 날'이라는 뜻이지. 서양에서도 'Tomorrow'는 'To(향하여)'와 'morrow(아침)'가 합쳐진 말이니 '다가오는 아침'이라는 뜻일 뿐 분명하게 볼 수 있는 어느 정해진 시간을 말하는 것은 아니라고 여겨지는구나.

그러고 보니 생각나는 이야기가 있구나. 손님이 없자 어느 이발소 주인이 "내일은 공짜로 이발을 해 드립니다."라는 글을 내다 붙였단다.

'그렇다면 내일이 되기를 기다려야지.'

이 글을 본 사람들은 저마다 공짜로 이발을 하려고 다음 날이 되기를 기다렸단다. 어떤 사람은 머리가 긴 데도 꾹 참았고, 어떤 사람은 아직 이발을 할 때가 되지 않았는데도 다음날을 기다렸지.

이윽고 이튿날이 되자 사람들은 이발소로 달려왔단다. 주인은 신이 났지. 이발을 마친 뒤, 사람들이 그냥 가려 하자 주인이 말하였지.

"손님들, 왜 이발료를 주지 않고 그냥 가십니까?"

"아니, 공짜로 이발을 해 준다고 하지 않았소?"

그러자 주인이 힘주어 말하였단다.

"도대체 언제 '공짜'라고 하였습니까?"

손님들은 바깥으로 나가서 "내일은 공짜로 이발을 해 드립니다"라고 씌어져 있는 글을 가리켰지.

"보시오. 여기 '공짜'라고 되어 있지 않소!"

그러자 주인은 답답하다는 듯이 대꾸하였단다.

"어디에 '오늘은 공짜'라고 되어 있습니까? '내일은 공짜'라고 했지요."

"나는 어제 이 글을 보았단 말이오. 그러니 오늘이 공짜가 아니오?"

"지금 당신이 머리를 깎은 이 시각은 분명히 오늘이지, 내일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언제 오면 공짜란 말이오? 내일 와도 그 시각에서 보면 역시 '오늘'이 아니오? 그러면 영원히 내일은 없는 것 아니오?"

"물론입니다. 언제나 오늘만 있을 뿐입니다."

얘야, 정말 내일이란 없는 것일까? 그렇구나. 내일은 우리들 생각 속에서만 있는 것이로구나. 오늘 힘들여 일하는 것은 바로 내일을 위해서인데 그 내일이란 바로 오늘과 이어져 있다는 것이지. 그러니 우리들에게 주어진 가장 확실한 시간은 바로 지금 이 순간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아니 된단다.

우리가 말하는 과거와 미래는 어디까지나 지금 여기(here and now)를 기준으로 이루어지는 것임을 잊지 말거라. 항상 지금 이 순간을 가장 소중하게 다루고, 순간 순간을 충실하게 살아가야 하는 것이란다.

심후섭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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