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 관련 뉴스가 꼬리를 물고 있다. 신입생 선발 때 논술을 활용하는 대학이 늘어나고 비중도 높아진다는 뉴스는 지난해 중반 이후 잊을 만하면 우리의 머리를 어지럽힌다. 논술 교육을 초등학교까지 확대한다는 지역이 있는가 하면 초·중·고교의 서술형 문제 비율을 더 높이겠다는 곳도 있다.
뉴스를 접하는 학부모들의 마음은 심란하다. 논술이란 게 특정 주제에 대한 자기 생각을 쓰는 것일 뿐이라면 과연 저렇게 호들갑을 떨 일인가 싶은데, 너도나도 난리 났다는 식으로 걱정들을 해대니 가만 있기도 쉽잖은 노릇이다. 누구는 무슨 학습지를 받아 본다더라, 누구는 어느 학원에 보낸다더라, 어디 있는 어느 강사가 잘 한다더라 하는 이야기에 어쩔 수 없이 솔깃해진다.
그래서인가. 기자에게도 논술 대책을 묻는 이들이 부쩍 많아지고 있다. 이리 답하고 저리 말해도 질문이 끊이지 않다 보니 대답거리를 만들기 위해 요즘은 아예 교육계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논술 관련 취재를 빼놓지 않는 습관이 생겼다. 쏟아지는 논술 교재, 주간지, 월간지 등도 예전에 비해 한층 꼼꼼히 챙긴다.
그런데 묘한 것은 날이 갈수록 답변하는 내용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취재가 쌓이고 분석과 연구가 모이면 아무리 비전문가인 기자라고 해도 이야깃거리도 늘어야 마땅한데, 몇 마디만 하고 나면 그다지 해 줄 얘기가 생각나지 않는다.
대개 이런 식이다. "뭘 읽히느냐고요? 주위에 있는 것부터 읽히세요. 아이들 가장 가까이에 있는 교과서만큼 좋은 논술 교재도 없어요. 학교에서 그 내용을 촘촘히 쪼개 배우기 전에 혼자 힘으로 읽고 느끼게 하고, 여러 과목을 엮어서 생각해 보라면 더 좋겠죠. 그게 바로 통합교과형 논술 대비법이죠."
"어떤 교재가 좋냐고요? 공연히 애들 힘들게 책만 한 보따리 사주지 마세요. 논술 이론이라는 것도 특별할 게 없어요. 중·고등학생들에게는 책 한 권이면 넘치죠. 시사적 내용이나 읽을거리라면 신문만한 교재가 있나요. 하루에 한 건의 기사와 칼럼 정도만 읽히면 충분하고도 남아요."
"글쓰기 학원 소개해 달라고요? 뭣 하러 학원 보냅니까. 일기부터 쓰라고 하세요. 하루 생활만 쓰면 재미없으니까 낮에 한 게임이건, 읽은 만화책이건, 저녁에 본 TV드라마건 가리지 말고 소재로 삼으라고 하세요. 책 열 권 쯤 읽으면 독후감 하나 쓰라고 권하는 것도 좋고요. 학원 가 봤자 읽고 쓰는 일이 전부인데요."
이 정도 이야기하면 어지간한 사람은 '그 정도는 나도 안다'는 표정을 짓는다. 대단한 비법이라도 기대했는지 '그것뿐이야?' 하며 대놓고 실망하는 이도 있다. 이어질 머쓱한 분위기를 예감하고는 "제가 전문가가 아니라서 죄송합니다."하고 화제를 돌리지만 마지막에 꼭 덧붙이는 한 마디가 있다. "학교 교육이 목표로 하고, 대학이 원하는 수준이 어느 정도일지 한 번 생각해 보세요. 준비는 거기 맞춰 하면 되지 논술 박사 만들 건 아니잖아요?"
김재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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