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야구의 변방 한국이 '야구 종가' 미국을 꺾기까지 꼭 101년이 걸렸다.
그것도 사상 처음으로 열린 야구 최강국 결정전이라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모두 메이저리거로 구성된 미국대표팀을 맞아 역시 한국 야구 사상 최강이라는 평가를 받은 드림팀이 압승을 거둬 더욱 뜻깊었다.
14일(한국시간)은 1905년 선교사 필립스 질레트가 인천 땅에 야구의 씨앗을 뿌린 지 101년만에 한국이 미국의 정예 대표팀을 제압한 뜻깊은 날이다.
미국프로야구 마이너리그 더블A 수준이라는 한국이 선수 개개인의 기량차를 뛰어넘어 조직력의 야구로 최강국 미국을 넘어선 것이다.
심판의 오심 탓에 미국에 1승을 도둑맞은 일본의 오사다하루(王貞治) 감독은 전날 "일본 야구가 미국을 넘어설 날이 머지 않았다"는 말로 애써 위안을 삼았다.
하지만 프로야구 역사가 무려 47년이나 뒤처진(일본프로야구는 1935년 시작) 한국이 먼저 미국을 꺾는 파란을 연출하면서 아시아 야구 최강을 자부해온 일본의 자존심도 여지 없이 무너졌다.
1958년 정교함과 파워를 겸비한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전설 스탠 뮤지얼이 팀을 이끌고 방한, 전(全)서울군과 친선경기를 가진 게 한국-메이저리그와 첫 만남이었다.
1962년에는 디트로이트 타이거스가 내한했고 1982년에는 홈런왕 행크 아론이 소속된 올스타팀과 더블A 혼성팀이 내한해 친선 경기를 벌인 게 전부였다.
승부와는 상관없이 한국이 몇 수 위인 미국 야구를 배우는 기회였다.
1977년에야 김응용 감독(현 삼성 사장)이 이끌던 한국대표팀은 니카라과 슈퍼컵에서 우승하면서 세계 야구에 이름을 알렸다.
이어 1982년 서울에서 벌어진 세계야구선수권대회에서 김재박, 이해창, 장효조 등 스타 선수들의 프로 입단을 늦춰가며 당시 한국 야구 최강의 드림팀을 편성, 일본을 제치고 다시 한번 세계 정상의 감격을 누렸으나 어디까지나 아마추어에 국한됐었다.
한국은 아마에서는 최강 쿠바에 밀려 중위권을 맴돌았고 프로에서는 메이저리그, 일본프로야구 다음 순위로 스스로 인정해왔다.
그러나 1994년 '코리안 특급' 박찬호(33.현 샌디에이고)가 LA 다저스 유니폼을 입게 되면서 메이저리그는 어느덧 친숙하게 다가왔다.
박찬호의 뒤를 이어 김병현(콜로라도) 서재응(LA 다저스) 등 아마야구의 특급 유망주들이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미국 땅을 밟았고 한국 팬들은 말로만 듣던 메이저리그 슈퍼스타들을 안방에서 TV를 통해 즐기는 수준까지 이르게 됐다.
'국보급투수' 선동열(현 삼성 감독)의 일본 진출도 한국야구사에 한 획을 긋는 중요한 이정표였다.
그의 뒤를 이어 이종범(기아) 이상훈(은퇴) 구대성(한화) 정민태(현대) 정민철(한화) 등이 일본 무대를 밟았으며 한국타자로는 이승엽(요미우리)이 열도 정벌에 나서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1995년 시작된 한일 슈퍼리그를 통해 일본 야구 수준을 따라잡기 위한 한국 야구 전체 차원의 비약적인 노력이 있었고 이제 어느덧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정도까지 장족의 발전을 거듭하게 됐다.
해외파의 득세는 국내 프로야구 인기 하락이라는 그림자를 가져 왔지만 한국이 세계 정상권으로 근접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줬다.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 때 처음 결성된 드림팀은 해외파와 국내파 최고 선수를 총망라해 명실상부한 한국대표팀으로 손색이 없었다. 아시안게임 우승은 당연한 결과였고 이런 상승세는 2000년 시드니올림픽 동메달로 이어졌다.
2004 아테네 올림픽 예선탈락은 이번 WBC 대회를 시작을 앞두고 도리어 보약이 됐다. 다시 한번 해외파, 국내파를 총집결시켜 드림 오브 드림팀을 결성한 한국은 예선부터 경쟁국 대만, 일본을 차례로 격파하며 아시아를 놀라게 했고 본선에서는 메이저리거가 다수 나선 멕시코와 '야구 종가' 미국을 연파하며 마침내 세계 야구 정상권에 접근했다.
무려 2천개가 넘는 고교 야구팀이 존재하는 일본과 야구가 생활인 미국에 비해 불과 50여개의 고교만이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척박한 환경을 딛고 정신력으로 무장한 한국에 세계의 이목을 집중되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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