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외국인 생생 여행체험-중국과 다른 사찰 향단 '눈길'

대학 개강 직전 참가하려다 한차례 미뤘던 '외국인 생생 체험여행'. 하필이면 꽃샘추위에 황사까지 있다는 지난 주말 계획이 잡혔다. 다소 꺼려지는 마음도 들었지만 여행목적지가 우리 중국인들에겐 생활의 일부가 돼 버린 보성 차밭이 포함돼 있다고 해 설레는 마음으로 떠났다.

오전 6시 출발이라 새벽 새벽 4시30분에 일어나 부산을 떨었다. 첫 목적지는 백련사. 춥다는 예보가 있어 각오는 했지만 느낌은 훨씬 더 춥고 황사바람도 강했다. 아마도 봄이 오는 길목에서 겨울이 마지막 투혼을 발휘하나보다.

10시30분 쯤 만덕산 백련사에 도착했다. 절의 규모는 그다지 크지 않다. 맨 앞에 만경루, 대웅보전이 있고 명부전, 칠성각이 나란히 남향으로 앉았다. 중국의 사찰도 그렇지만 한국의 절터는 그 산에서 가장 아늑하고 평온한 곳에 자리잡고 있어 명당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차이점은 중국에선 향단(香檀.향을 피우는 곳)을 절 밖에 내놓아 하루종일 참배객들이 향을 피워 냄새가 절 전체에 진동하지만 한국에선 사찰 안 부처상 앞에 조그맣게 향을 피워 냄새가 많이 나지 않는다는 것. 문을 닫고 건물 안에서 향을 피우는 한국적인 방식이 관광객들에겐 더 나은 것 같다.

백련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당연히 동백꽃 숲. 절을 에워싼 듯 1천여 그루가 자라고 있으며 천연기념물 제151호로 지정되어 있다. 절 앞쪽도 대단하지만 백련사 사적비 서쪽방향 허물어진 생호토성 나무에 펼쳐지는 동백숲은 더욱 장관이었다. 날씨 탓인지 꽃이 활짝 피지 않아 만개한 동백꽃 바다를 직접 보지 못한 것이 안타까웠다.

그렇지만 수백년에서 1천여년 정도의 동백꽃과 백일홍 나무를 보면서 그 웅장함과 아름다움을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대만 아리산에도 수명이 오래된 '신목'이 많았는데 일제시대 때 모두 벌목돼 오래된 나무숲을 하나 잃어버렸다.

반찬이 10가지가 넘는 맛있는 전라도 전통 한정식을 먹고 강진군 구강포 서쪽 모퉁이를 끼고 만덕산 귤동마을로 향했다. 다산 정약용의 유배지이고 법, 역사, 의학, 천문, 건축 등 모든 학문의 학술적 연구자료실이자 다산학의 산실이라는 다산초당(茶山草堂)이 나왔다. 다산(茶山)은 차 나무가 많았던 만덕산의 별명으로 정약용의 호. 하지만 아무리 봐도 이상했다. '초당(草堂)'이라고 하면 초가로 지은 집이어야 하는데 기와집으로 복원을 했다. 옛 모습을 그대로 볼 수 있다는 것이 이런 역사적인 관광지를 찾는 목적인데 현대적인 방식으로 개조한다면 어떻게 옛 정취와 정신을 느끼겠는가?

중국에서도 왕조시절 세력싸움에서 밀리거나 왕에게 직언을 하다 눈 밖에 나 먼 곳으로 귀향을 보내기도 했는데 한국도 비슷했나 보다. 정약용은 이곳 강진에서 18년을 살았다고 한다. 꽤나 오랜 기간의 유배인데도 그의 학문적인 성취에 다시 한번 놀랐다.

공경신(孔慶信.61.영남대 중어중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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