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야구 만세.'
14일 오후 TV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중계를 지켜 본 야구 팬 등 시민들은 믿어지지 않은 한국 야구대표팀의 승리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한국 야구대표팀이 메이저리그로 대변되는 '야구 종주국' 미국을 이승엽의 솔로 홈런 득점을 시작으로 2대0(1회), 2대1(3회초), 3대1(3회말), 6대1(4회), 7대1(6회), 7대3(9회)으로 줄곧 앞서나가자 경기를 지켜보던 시민들은 박수를 치며 환호성을 내질렀다. 4회 최희섭의 3점 홈런이 터졌을 때는 승리를 확신하는 축하 인사를 나눴고 9회 마무리투수 오승환이 승리를 확정지은 후에는 "한국 야구가 대단했다"며 이날 경기에 대한 자랑으로 이야기꽃을 피웠다.
특히 이날 승리는 전날 일본전에서와 마찬가지로 미국인 심판의 편파 판정 등 홈 텃세를 극복하고 일궈 낸 것이기에 더욱 값어치가 있었다.
한국 야구대표팀은 올해 첫 출범한 WBC에서 단기전이란 대회의 특성을 잘 살리고 선수단이 애국심으로 똘똘 뭉쳐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축구 대표팀이 이룬 '4강 신화' 이상의 좋은 성적을 낼 것으로 기대받고 있다.
△단기전 특성 살린 '지키는 야구'=단기전에서는 어떤 이변도 가능하다는 것이 스포츠계의 일반적인 정설이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이 미국과 일본을 제압했지만 한국시리즈처럼 7전4선승제를 한다면 한국이 이들을 제압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김인식 감독 등 한국 코칭스태프는 수비력과 투수력이 승부를 좌우하는 단기전의 특성과 이번 대회에서 채택한 투구수 제한 규정의 묘미를 잘 살리고 있다. 한국은 아시아 라운드 3경기 포함 이번 대회 5경기에서 무실책으로 철벽 수비를 과시했다. 미국전에서 박진만과 김민재의 좋은 수비는 투수들이 호투하는 밑거름이 됐다. 미국이 3개의 실책으로 무너진 것과 대비되는 점이다. 또 처음부터 타력보다는 투수력에 중점을 두는 '수비의 야구'를 펼친 것이 적중했다. 매 경기 투수 폼을 달리하는 여러 명의 투수를 내보내 상대 타자들의 혼을 빼놓았다. 미국전에서는 손민한(오른손)-전병두(왼손)-김병현(사이드스로)-구대성(왼손)-정대현(언드스로)-오승환(오른손)이 차례로 나섰다.
△애국심 앞세운 정신력에서 우세=미국과 일본의 야구 관계자, 언론에서는 한국이 좋은 성적을 낸 원동력으로 탄탄한 팀워크를 꼽고 있다. 일본의 스즈키 이치로는 한국전에서 패한 후 기자회견에서 "미국에서 고독한 싸움을 했던 한국의 메이저리거들이 동료들과 함께 하면서 큰 힘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치로의 평가대로 한국 선수단은 서로간에 강한 믿음을 갖고 있다. 신뢰감 속에서 각자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하면서 좋은 결과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대표팀 소집 명령을 받은 해외파 7명이 전원 부름에 응한 것도 팀워크를 다지게 했다. 박찬호, 김병현, 서재응 등 메이저리그의 주력 투수들은 병역 의무를 끝냈지만 미국이나 일본의 일부 선수들과는 달리 자신의 이익이나 소속팀의 눈치를 보지 않고 대표팀에 합류, 눈부신 활약을 펼치고 있다.
△행운 따른 기가 막힌 용병술=한국 코칭스태프의 투수 로테이션 등 선수 투입과 교체를 보면 미리 결과를 내다보고 하는 것처럼 기가 막히게 들어맞고 있다. 이날 최희섭의 대타 작전은 용병술의 최고 걸작이다. 4회 미국이 왼손에서 오른손으로 투수를 교체한 후 대타로 나선 최희섭은 승리에 쐐기를 박는 천금같은 3점 홈런을 쏘아올려 김인식 감독을 흐뭇하게 했다. 백업 내야수 김민재도 주전으로 투입돼 타격과 수비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투수 로테이션은 아시아 라운드부터 완벽함을 보여주고 있다. 투수와 타자의 대결이 타이밍 싸움인데 한국 코칭스태프는 적절한 투수 교체로 상대 타자들이 타이밍을 찾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상대를 철저하게 분석하는 등 노력한 덕분이겠지만 코칭스태프는 신기에 가까운 능력을 과시하고 있다. 야구 경기가 안고 있는 행운도 지금까지는 한국의 품안에 있다.
김교성기자 kg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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