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10년 동안 준비를 해 왔다. 이제 미국쌀이 어떤 것인가를 알려줄 것입니다."(미국 캘리포니아 쌀위원회 팀 존슨 대표)
"한국에서의 일반시판에 대비, 여러 판촉활동을 계획하고 있으며 미국쌀이 경쟁력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미국 쌀 협회 밥 커밍스 부회장)
시인 T S 엘리엇은 4월을 '잔인한 달'이라 했다. 우리 농민들에게도 올 4월은 소위 '쌍끌이 악재'로 인해 어느 해보다 잔인할 것 같다. 다음달 예상되는 미국 쇠고기 수입재개에다 우리 쌀과 비슷한 '찰진 쌀' 계통(자포니카 품종)의 '칼로스쌀'을 비롯, 중국 헤이룽장성(黑龍江省)의 '칠하원', 호주의 '선라이스(SUNRICE)' 등 수입쌀이 사상 처음 우리 식탁에 '오르도록' 예정돼 있는 탓이다. 미국 등 쌀수출 9개국들과의 합의로 올해부터 의무적으로 '반드시' 일반 시판을 해야되는 것이다.
◆모든 준비는 끝났다
미국 등과 진통 속에 쌀 협상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2004년 12월. 미국 쌀협회는 서울의 한 마케팅업체와 한국에서의 미국쌀 홍보와 판촉활동 등을 대행하는 계약을 맺었다. 미국 쌀협회(USA Rice Federation)는 8천여 쌀재배농가를 비롯, 도정업자와 쌀 판매업자 등을 회원으로 조직된 미국의 쌀산업을 대변하는 대표적 단체다. 미국 정부의 쌀정책에 가장 영향력을 미치는 쌀 단체. 협회는 올해부터 이 업체를 통해 올해 처음 우리 밥상에 오르는 미국 칼로스쌀의 시장조사 및 소비자 반응 등을 모니터링할 계획이다.
미국 쌀협회 밥 커밍스 부회장은 "한국에서 올해부터 밥쌀용 쌀이 수입되면 미국산 쌀이 경쟁력 있을 것으로 판단되며 한국시장의 수입여력이 늘어날 것으로 본다"며 한국의 쌀 시장 개방 확대를 바랐다.
미 농무부 측은 한발 더 나아갔다. 워싱턴 미 농무부 한 관계자는 "한·미 양국 간에는 쌀을 비롯한 여러 분야에서 생산적이고 성공적인 일들이 이뤄져 왔고, 그래서 자유무역협정(FTA)을 하는 것"이라며 보다 많은 시장 개방을 바랐다.
바야흐로 미국 쌀업계가 기지개를 켜고 있다. 올해부터 칼로스 쌀이 한국 밥상에 오르면서 쌀 시장확대가 기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995년 WTO체제 출범 이후 우리나라의 가공용 미국쌀 수입은 지난 2001년 3만t이던 것이 해마다 큰 폭으로 늘어 2004년엔 6만6천t을 기록했다. 밥쌀용으로 올해 처음 칼로스쌀 2천752t이 1차로 오는 25일쯤 국내 항구에 도착, 4월이면 우리 밥상에 오를 전망이다.
칼로스 쌀을 비롯, 1차로 우리 식탁에 올라올 수입쌀은 2만2천557t. 2차로 들어올 밥쌀용은 3만4천429t. 결국 올 한 해 5만6천986t의 수입쌀이 식탁에 차려진다. 국민 71만2천325명이 1년 동안 소비(2005년 1인당 80㎏소비 기준)할 물량이다.
한국 내 쌀 판매와 관련, 밥 커밍스 부사장은 "올해 한국을 방문하고 일본시장과는 다른 다양한 측면에서 미국쌀의 판매촉진 활동을 펼칠 계획"이라며 의지를 보였다.
한국시장 진출의 전진기지인 캘리포니아주(州)의 캘리포니아 쌀위원회(California Rice Co
mmission) 팀 존슨 대표도 "우리의 주대상은 일본과 멕시코이지만 10년 동안 한국에 대해서 준비해 오고 있다"고 밝혔다.
캘리포니아 쌀조합인 FRC(Farmers' Rice Cooperative)의 미곡처리장 존 컨클 운영처리책임자는 "언제든지 한국에 현미든 백미든, 원하는 대로 포장해 보낼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지원은 걱정마라
"우리는 지난 2002년의 농업법에 의해 매년 농업 보조금을 지원하며 2007년까지 그런 계획이 잡혀 있습니다."
지난달 미국 농무부에서 만난 한 관계자는 농업분야에 대한 정부지원에 대해 거침없이 대답했다. 2004년 과도한 면화 보조금지급으로 브라질에 의해 WTO에 제소돼 패소한 미국은 이에 불복, WTO에 상소해 2005년 다시 패했다. 그러나 여전히 농업에 많은 보조금을 주고 있다.
농업에 관한 한 미국은 정부와 의회, 업계가 한 몸. 정부는 해마다 막대한 보조금을 지원하고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한 업계로비를 받은 의회는 이를 승인한다.
미국 UC데이비스대학 이현옥 농업경제 연구교수는 "농업 종사자 수가 중요하지 않고 얼마나 강력하게 로비를 하느냐가 중요하다"고 했다. 워싱턴 주재 한국 대사관의 김재수 농무관은 "웬만한 작목 단체마다 로비를 위한 자체 기금이 마련된다"고 전했다.
캘리포니아 쌀 위원회도 지난해 자신들의 목소리를 대변해 줄 로비회사와 계약했다. 캘리포니아 쌀 위원회는 매년 농민, 도정업자 등으로부터 모금하는 300만달러 가운데 쌀산업을 위한 활동지원 목적으로 미국 쌀협회에도 매년 100만 달러를 낸다고 팀 존슨 대표는 전했다.
이런 탓인지 미국의 농업분야 보조액 규모는 1995년 609억 달러 수준에서 2000년 742억 달러, 2001년 721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됐다.
쌀보조금 규모도 매년 10억 달러 정도라고 한 농무부 설명과 달리 2001년부터 2004년까지 모두 50억 달러 가까이 지원돼 연평균 12억3천만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관계 당국은 추정하고 있다. 미국에서 쌀은 사료 곡물과 옥수수, 밀, 면화, 콩과 함께 지원규모 5, 6위를 다투는 작목.
이런 농업 보조금으로 인한 무역구조 왜곡 우려에 대해 농무부 한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쌀 등 농업분야 보조금이 WTO규정에 일치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캘리포니아 US데이비스대학의 다니엘 A 섬너 교수는 "자포니카 쌀의 주요 수출국 가운데 중국과 호주, 이집트 등은 자국 내 보조정책이 거의 없으나 미국은 면화·옥수수·밀·보리·콩 등 다른 작물에 지급하는 것처럼 높은 수준의 보조금을 쌀 재배농가에 지급하고 있다"며 지적했다.
WTO 출범 이후 각국이 농업분야에 대한 지원을 축소하는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왜 그럴까.
농산물 시장개방 주도국인 미국은 농산물 수출로 톡톡히 재미를 보고 있기 때문. 김재수 농무관은 "미국은 농산물 시장에서 우위를 갖고 있어 세계시장을 겨냥해서 농업분야를 중요시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 분석했다.
세계보건기구나 세계은행 추정으로 세계에서 7억~13억 명이 절대빈곤 속에서 만성적인 기아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 국제 농산물 시장은 포기할 수 없는 분야인 셈이다.
지난 2004년도 미국의 농산물 수출액은 623억 달러. 적자재정에 허덕이는 미국이 농산물 수출로 해마다 올리는 흑자 규모는 100억 달러 안팎. 미국은 거대 농산물 수출국. 농업분야 지원이 중요할 수 밖에 없는 입장.
미국은 이제 정부의 강력한 지원과 함께 오늘도 쌀을 비롯, 세계 농산물 시장개방에 더욱 압박을 가하고 있는 것이다. 워싱턴에서 정인열기자 oxe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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