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 인구는 40여만 명이지만 미 대륙 횡단열차의 종착역이며 중요한 컨테이너 수송지이다. 이 오클랜드 항에서 지난 11일 한 척의 컨테이너선이 한국으로 떠났다. 오클랜드에서 떠나는 수많은 컨테이너선중 하나이지만, 종착지인 한국에 도착하는 이달 25일 전후가 되면 한국에서는 힘겨운 '쌀전쟁'이 시작된다. 이 컨테이너 선에는 4월말쯤이면 우리 국민 밥상에 오를 미국 칼로스 쌀이 실려 있다.
◆언제, 얼마나 들어오나=농림부는 14일 일반 시판을 위한 밥쌀용 미국 칼로스쌀 1등급 2천752t이 25일을 전후에 국내에 도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중국쌀도 비슷한 시기에, 호주쌀과 태국쌀은 다소 늦게 반입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밥쌀용 수입은 한국과 미국 등 쌀수출 국가들과의 WTO 쌀협상 합의에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칼로스 쌀과 중국 헤이룽장성 등 동북 3성에서 생산된 중국쌀, 호주 선라이스 등이 이르면 다음달 중·하순부터 국내 할인점 등에서 본격시판에 들어가 국내 쌀시장 잠식에 돌입한다.
수입쌀은 1980년 저온 등 흉년으로 일부가 국내에 들어와 식탁에 오르긴 했으나, 국내산 쌀이 남아도는 상태에서 '밥쌀용'으로 수입되기는 사상 처음. 오는 2014년까지 매년 수입을 의무적으로 늘리도록 돼 있어 국내 쌀시장 변동과 함께 국내 쌀산업의 심각한 타격이 예상된다.
올해 첫 수입물량은 미국산 칼로스쌀 5천504t, 중국산 1만2천767t, 태국산 3천293t, 호주쌀 993t 등 모두 2만2천557t이다. 수입쌀은 1등급과 3등급 각각 50%로 현지에서 10, 20kg 단위로 포장돼 국내에 들어오는데 하반기에는 2차로 3만4천429t이 추가 수입된다.
▲어떻게 팔리나=수입 밥쌀은 국내 도착 뒤 검역 등의 통관절차를 거쳐 농수산물유통공사(이하 공사)의 공매를 통해 국내 소비자들에게 팔린다.
이에 앞서 공사는 공매 참가업체 자격을 연간 매출액 300억 원 이상 농수산물 도소매업체와 법정양곡도매시장 중도매인으로 최근 3년간 거래 실적 10억 원 이상인 업체 등으로 정하고 3월 중순까지 공매등록을 받고 있다.
공사측 기준에 따르면 공매에 나설 업체는 대형할인점(18개), 백화점(23), 도매상(20여 개), 급식업체, 슈퍼(30여 개) 등 전국 90여 개 업체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얼마에 팔리나=농림부 관계자는 "국내에 시판되는 수입쌀의 소비자 가격은 공매를 거쳐야 알겠지만, 미국쌀과 호주쌀은 국내 쌀 값(80kg 백미 기준)의 소비자 평균가격인 17만2천 원과 비슷하거나 다소 높은 선에서, 중국쌀은 국내쌀 값보다 조금 낮게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한국곡물협회 최도찬 부회장도 "미국, 호주, 중국쌀의 국내 시판가는 공사가 입찰 내정가를 어떻게 정하는냐에 달렸다"고 말했다. 최 부회장은 그러나 "미국, 호주쌀은 국내 상류층이 주 소비계층으로 예상돼 크게 문제될 것이 없지만, 중국쌀은 일반 소비자들 보다는 공장이나 급식소, 김밥집 등지에서 선호할 가능성이 높아 국내 쌀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어떤 영향을 미칠까=농촌경제연구원 박동규(50) 선임연구위원은 "수입쌀이 유통된다 해도 국내 쌀시장에 큰 충격은 없을 것으로 본다"면서도 "다만 심리적인 부담감 등 시장 외적 요인에 따라 쌀 가격이 좌우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해마다 밥쌀용의 의무적 수입증가로 시장잠식이 늘어나 장기적으로는 국산 쌀가격하락이 빚어질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아울러 해마다 국민 1인당 연간 쌀 소비 감소세가 2%선에 이르는데다 늘어나는 재고량으로 정부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다. 아울러 매년 감소 추세를 보이는 쌀 재배농의 의욕상실과 함께 쌀재배 면적의 추가적인 감소 등 파장이 점쳐지고 있다.
군위 의성·이희대기자 hdl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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