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 총리 퇴진, 민심 우습게 안 결과

이해찬 국무총리가 마침내 물러났다. 3'1절 골프 스캔들 보름 만이다. 노무현 대통령과 끝까지 함께 할 것이라던 그는 성난 민심 앞에 무릎을 꿇었다. 스스로 초래한 결과다. 노 대통령도 온 국민이 지켜보는 그의 거취를 놓고 고민을 거듭했을 테지만 열린우리당이 전하는 민심을 외면할 수 없었을 것이다. 다행스럽고 당연한 조치다. 어차피 상처를 입은 상태서 정상적인 총리직 수행은 난망이었다. 그렇지만 총리가 사임한들 이 정권 전체가 입은 신뢰 훼손은 어떻게 회복할 것인가.

민심은 오래전부터 이 총리의 오만에 대해 경고를 보냈었다. 야당이 그의 고압적이고 감정적인 대 국회 자세를 따진 것도 그런 메시지였다. 대형 산불과 물난리의 와중에서 골프채를 휘두르고, 법조 브로커 윤상림 씨와 즐겼던 골프를 질책한 것 또한 같은 맥락이었다. 하지만 이에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 총리를 보면서 민심은 이 정권의 오만함을 읽고 있었다.

다만 집권 세력만 그런 민심의 바닥을 보지 못했다. 3'1절 골프 스캔들에 대처하는 과정을 보면 알 수 있다. 이 총리가 부적절한 시기에 '이상한' 기업인과 골프장에서 어울린 게 '들통'났으면 서둘러 진상을 자복하고 책임지는 자세로 나왔어야 했다. 그게 민심을 달래고 살 길이었다. 일시적으로 덮으려고 수많은 거짓말을 쏟아내며 '이 총리 구하기'에 매달리다 보니 민심만 사나워진 게 아닌가. 그 같은 불감증이 줄곧 자랑해 온 이 정부의 도덕성을 크게 망쳐 놓고 말았다.

이 정권이 깨칠 교훈은 민심을 잃고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는 사실이다. 또한 이전 정권과 비교한 도덕적 우월감이라도 오만에 빠지는 순간 민심에 눈멀 수 있다는 점이다. 국민은 겸손한 권력을 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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