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희귀 난치병-(18)칼만증후군

신문이나 대중 매체를 통해 흔히 접하는 '트랜스젠더'는 사춘기 성 발육은 정상이지만 원래의 성과는 반대의 생활을 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이와 달리 사춘기 성 발달이 정상적으로 되지 않아 신체적으로 남성이나 여성의 성숙된 외양을 갖지 못한 채 어른이 되는 경우도 있다.

대학생 박모(21) 씨는 중·고등학교 시절 변성기가 나타나지 않아 친구들에게 많은 놀림을 받았다. 성기가 초등학생들 보다 작고 음모도 없어 목욕탕에도 가지 못하며 평소 마음에 두고 있는 여학생에게 데이트 신청도 해보고 싶지만 남성 신체 발육이 없어 고민이다.

정상적인 사춘기 시작과 성 발육을 위해서는 몇가지 내분비 호르몬 분비가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첫째는 시상하부에서 'LHRH'라는 호르몬이 분비되어 뇌하수체를 자극해야 하며 둘째 LHRH 호르몬의 영향으로 뇌하수체에서 생산 분비되는 황체호르몬 및 난포자극호르몬이 원활하게 공급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들 호르몬 자극을 통해 남자 어린이는 고환에서, 여자 어린이는 난소에서 각각 테스토스테론, 에스트로겐이 생산되고 남녀 내, 외부 생식기가 발달하며 정자생산, 배란 및 생리가 나타나야 한다. 따라서 시상하부나 뇌하수체, 고환이나 난소 중 하나라도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하면 사춘기 발달이 없거나 불완전해 진다.

◆원인 및 증상

사춘기 발달 중 첫 단계에 관여하는 시상하부에 문제가 있는 질병이다. KAL-1유전자 이상이 원인이며 유전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1944년 미국의 유전의학자 칼만과 2명의 동료 학자들에 의해 명명되었으며 남자 어린이가 여자 어린이에 비해 발병률이 4배 정도 높다. 외국의 경우 남자 어린이 8천 명당 1명꼴로 드물지 않게 환자가 발생한다.

태어날 때부터 정상적인 아이에 비해 남자의 경우 음경이 짧고 고환이 복강 내에 잠복해 있거나 크기가 작다. 후각을 담당하는 신경세포가 태생기에 제대로 발달하지 못해 냄새를 구별하는 능력이 떨어지거나 냄새를 전혀 맡지 못하는 경우가 흔하며 안면 기형 특히 구순열(언청이), 구개열(속언청이)이 나타나기도 한다.

다른 뇌하수체 이상 질환과 구분되는 점은 신장이나 체중 발달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져 왜소증을 동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성호르몬을 투여하면 정상적인 사춘기 발달이 일어나고 환자 대부분 생식기능을 유지하는 것도 고환이나 난소 결함에서 비롯되는 다른 질환들에서는 나타나지 않는 증상이다.

◆진단 및 치료

혈액 검사를 통해 황체호르몬, 난포자극호르몬, 테스토스테론, 에스트로겐 호르몬 모두가 감소되어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특징적인 신체 증상이 모두 나타나지 않는 경우 다른 질환들과 감별하기 위해 때에 따라 복합적 뇌하수체-자극검사나 뇌하수체 MRI 촬영 및 염색체 검사를 해야 한다. 후각기능 감퇴여부는 환자의 눈을 가린 채 커피 냄새를 제대로 맡는지 여부 등을 통해 간단히 알아 볼 수 있다.

치료는 생식기능을 유지하는가에 따라 차이가 있다. 환자가 생식기능 유지를 원할 경우 LHRH 호로몬을 24시간 주사하거나 황체호르몬 ,난포자극호르몬을 격일 주사해 주어야 하는데 치료 비용이 많이 든다. 생식기능을 유지할 필요가 없으면 남성은 테스토스테론 약제를 복용하거나 2~4주 간격으로 주사를 한번 맞으면 되고 여성의 경우 호르몬 약제를 먹으면 된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도움말:김정국 경북대학교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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