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축하 난초화분 사절"에 화훼 농민들 '울상'

"난초 화분이나 꽃바구니 정도는 좀 받아 주세요. 화훼 농민들 다 죽게 생겼습니다."

며칠 전 포항의 한 국회의원은 포스코 계열사 대표를 만나 승진 등 인사와 관련해 외부에서 보내는 축하난이나 꽃바구니는 사양말고 받아달라고 통사정 했다. 기업체들이 윤리경영 선포 이후 승진축하 난화분까지도 '선물'에 포함시키면서 꽃거래가 격감, 화훼농과 꽃집들이 경영난에 봉착하자 국회의원까지 나선 것.

이런 가운데 윤리경영 선포 이후 종류에 관계없이 선물류를 모두 차단했던 포스코는 올해부터 꽃선물에 한해서는 일단 받은 뒤 이해관계자가 보내온 것은 회사 비용으로 반송하는 방법을 채택, 꽃도 팔아주고 윤리도 지키는 절충수를 찾아냈다.

그러나 '보내도 안 받을 것'이라는 지레짐작으로 꽃을 보내는 이가 크게 줄어 올해 주총인사 이후 배달물량은 예전의 20% 정도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공단 업체들은 직원들의 윤리마인드가 아직 정착되지 않았고 접수와 반송의 기준도 모호하다는 이유로 일괄차단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포스코그룹의 경우 주총에서 움직이는 임원급 200명을 비롯해 후속 간부 인사까지 따지면 줄잡아 1천500명 가량이 2월말∼3월말 연쇄이동하고 공단내 다른 업체들의 인사도 비슷한 시기에 이뤄지면서 지역 화훼상들은 "예전에는 3월 한달 장사로 1년 먹고 산다고 했는데 요즘은 그 '대목'이 사라져 입에 거미줄 칠 판"이라며 한숨짓고 있다.

포항 부성꽃집 김두식 대표는 "이달말 대규모 정기인사를 앞두고 있는 지역 업체들이 소규모인 화훼농이나 꽃집들을 생각해서라도 꽃선물은 허용해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달초 승진한 ㅎ사 김모(48) 부장도 "직장인들이 가장 행복을 느끼는 승진때 꽃다발 하나도 맘대로 받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한편 포항시도 이 같은 농민과 화훼상들의 어려움을 감안해 지역 업체들에게 협조를 요청키로 했다.

포항·박정출기자 jcpark@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