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시내버스 노선 개편 한달. 시민들은 달라진 버스노선과 환승 무료·할인 혜택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고 있다.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졸속 시행, 교통대란을 야기했다는 비판도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대중 교통 이용인구가 늘고 교통카드 단말기 오작동이 크게 줄어드는 등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
그러나 배차간격이 들쭉날쭉한데다 수요 예측까지 실패, 일부 노선을 이용하는 시민들은 '만원버스'에 시달려야하는 등 풀어야할 숙제의 양도 만만치 않다.
◆개편 효과
이달 들어 주말을 제외한 대중교통 이용 인구가 100만 명을 웃돌면서 일단 '노선 개편'의 첫수확은 좋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개편전 하루 평균 87만여 명이 대중교통을 이용했었지만 불과 한달만에 100만 명을 넘겨버린 것.
버스와 버스, 지하철과 버스를 갈아타는 사람들도 꾸준히 늘었다. 노선개편 시행 첫날인 지난달 19일 8만7천400명이던 환승 인원은 지난 2일 17만 2천200명을 기록한 이래 17만명 수준을 꾸준히 유지했다. 환승률은 평균 17.6%. 지난해 11, 12월(10.2%)보다 무려 7.4%나 증가했고 당초 대구시가 예상했던 17.87%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교통카드 사용률도 크게 늘어 대구시는 바뀐 노선이 완전히 정착되는 오는 9월쯤이면 당초 목표인 80%대에 진입할 것으로 보고 있다.
노선 개편 관련 민원도 크게 줄었다. 15일 현재 대구시 버스 종합상황실에는 2천100건의 민원이 접수됐다. 이 가운데 요금 및 교통카드 오류 관련 민원은 1천600건, 노선 관련 350건, 배차간격 등 기타 민원이 150건을 차지했다.
대구시는 교통카드 오류로 이중 납부한 65건에 대해 환불 조치했다. 특히 시민들의 항의가 빗발쳤던 교통카드 환승 오류 관련 민원도 거의 사라졌다. 시행 초기 하루 200~250건에 이르던 교통카드 민원은 현재는 하루 1, 2건으로 크게 줄었다.
환승 체계 정착에 힘입어 지하철 이용 인구도 늘었다. 지난 10일 지하철 이용객 수는 35만3천명으로 개편 후 지난달 같은 요일인 2월 24일(32만명)에 비해 9.4% 증가했다.
한편 대구시는 오는 9월 시내버스와 지하철에 단일요금이 적용되는 '통합요금제'를 시행할 계획이어서 대중교통 이용인구는 더 늘 전망이다. 현행 대중 교통 요금이 일반과 좌석버스, 지하철이 각각 달라 혼란스럽다는 불만을 해소하는 것. 대구시는 현재 대구경북연구원에 적용 요금의 정확한 분석을 의뢰한 상태다. 결과는 7월쯤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서비스 개선은 역부족
갈피를 잡기 힘든 배차간격과 이용객의 일부 노선 편중 등으로 시민들의 불편이 적지 않다.
지난 14일 오후 6시부터 1시간 동안 대구 중구 밀리오레 앞 환승정류장에서 기자가 직접 9개 노선의 배차 간격을 살펴본 결과, 상당수가 제멋대로인 것으로 나타났다.
배차간격이 10분인 600번은 16분 간격으로 오갔고, 508번(배차간격 7분)은 1~11분까지 들쭉날쭉했다.
특히 가창2(배차간격 15분)의 경우 오후 6시 52분에 버스가 왔고 21분이 지난 오후 7시 14분에야 다음 버스가 도착했다.
초교 교사인 엄선영(24·여·대구 북구 산격3동) 씨는 "경산에 있는 직장에서 퇴근하려면 지하철과 버스를 3번이나 갈아타야 한다"며 "버스가 오는 시간이 일정하지 않은데다 걸어서 이동하는 거리가 멀어 집에 도착하면 파김치가 된다"고 말했다.
출근시간대도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15일 오전 7시 20분 수성구 신매동 기업은행 시지지점 앞. 11개 노선 노선 중 909번의 경우 5~20분까지 배차시간이 제각각이었고, 509번과 849번 등도 배차간격이 1~19분까지 차이가 났다. 이날 아침 지하철역으로 뛰어가던 권모(42·여) 씨는 "아무리 환승 무료도 좋지만 이렇게 시간이 안맞아서야, 빙빙 둘러가던 예전보다 못하다"고 하소연했다.
일부 노선에 이용객이 집중, 만원 버스에 시달리는 시민들의 항의도 쏟아지고 있다. 특히 기존노선과 유사한 401번과 427번, 724번, 719번 등과 경북대생들이 주로 이용하는 305번 등에서 심하다는 것.
427번을 탄다는 김유리(25·대구 북구 노원동) 씨는 "오전 8시 10분쯤 출근길에 나서면 너무 사람이 많아서 버스타는 걸 포기하는 경우가 다반사"라며 "한번 버스를 놓치면 지각을 면하기 위해 택시를 타야하는데다 만원버스에 시달리다 보면 저절로 화가 치민다"고 했다.
이와 관련, 대구시는 이용객이 특히 많은 305번과 427번, 401번 등 10여 개 노선에 대해 버스를 2~4대 추가로 투입, 배차 간격을 줄일 계획이다. 또 버스 운행 시간이 비현실적이라는 버스기사들의 불평에 대해 회차지나 기점에서 정해진 휴식 시간(20분)보다 지나치게 오래 휴식을 취하는 버스를 대상으로 BMS 분석을 통한 실태 파악에 나설 예정이다.
◆이런 것도 풀어야
대구시가 자가용·승용차 중심에서 대중교통 수송 체계로 전환하려면 아직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시내버스 노선 개편과 환승 무료·할인 혜택만으로는 이 같은 효과를 거둘수 없다는 것.
특히 도심 노상 주차장의 무료화 비율을 낮추고 불법 주·정차 단속을 강화하는 등의 승용차 저감대책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건설교통부가 2004년 조사한 전국 도시별 주차장 설치현황에 따르면 대구는 9만314면의 노상주차장 가운데 8만1천917면이 무료로 운영돼 무료화 비율이 90.7%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은 노상주차장(전체 19만6천32면)이 모두 유료이고 부산도 노상주차장 8만3천278면 가운데 무료주차장은 55%(4만5천819면)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주차장은 '유료'라는 시스템 변화 및 의식 전환 없이는 승용차 통행 증가를 막지 못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승용차를 이용하면 돈이 많이 든다'는 의식 변화 없이는 엄청난 재정을 투입한 대중 교통이 제 역할을 할 수 없다는 것.
결국 도심 주차장의 수요 관리와 느슨한 불법 주·정차 단속을 강화하지 않고서는 대중교통 활성화는 요원하다는 것이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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