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단골맛집을 찾아서 鼎談情論>

한국패션센터 최태용 이사장과 설봉

음식만큼 한 나라의 문화를 대변하는 콘텐츠가 있을까요. 이탈리아의 파스타, 프랑스의 프와그라와 에스카르고, 일본의 낫또 된장, 미국의 햄버거와 피자 등은 각 나라의 대표적 음식일 뿐 아니라 지구촌 사람들의 입맛도 사로잡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외국 바이어가 오면 가장 먼저 한식을 대접한다는 한국패션센터 최태용 이사장(49). 그에게 한식은 우리나라를 알리는 대표 브랜드나 마찬가지입니다. 올해 말로 한국패션센터 이사장 임기를 마치면 본업인 패션 디자인에 충실하겠다는 그를 만나 좋아하는 음식 이야기와 대구 패션의 미래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21세기는 문화산업시대입니다. 음식과 패션도 문화죠. 그런 의미에서 양자는 한 나라의 문화를 대변하는 역할을 하기에 충분한 거죠."

그가 일주일에 한번 이상 찾는다는 '설봉'은 전문음식점이라기보다 지인과 함께 가볍게 술 한잔 마시기에 알맞은 집이라고 그는 추천했다. 안주로 내는 음식이 인공 조미료를 쓰지 않아 정갈하며 맛깔스럽다. 특히 메뉴엔 없지만 즐기는 생태 탕을 어머니의 정성으로 끓여내 더욱 정감이 가기에 단골로 삼고 있다.

"외가가 있는 포항에서 태어난 죄(?)로 발효성 식품인 식해를 비롯한 해물을 즐겨 먹는다"는 최 이사장은 스스로 매운탕도 잘 끓인다고 밝혔다.

고기를 잡거나 요리할 때도 고기 특유의 빛깔과 무늬를 예사로 보지 않는다. 자연이 빚은 색감과 무늬가 그에겐 바로 패션색감 연출의 단초가 되기 때문이다. 잘 발효된 홍어회 빛깔이나 부침개에 꽂히듯 박힌 풋고추와 홍고추의 우연적인 배열도 놓치지 않는다.

쇼를 앞두고 컨셉트가 떠오르지 않아 끙끙대더라도 일단 주제나 창작의 물꼬가 트이면 순식간에 수십 작품을 만들어 낸다. 평소 사물을 깊이 관찰하던 버릇이 급할 때 아이디어로 응축된다는 것. 그래서 그는 스스로를 '선택과 집중형 인간'이라고 평한다.

"외국 바이어들을 맞을 때 그들을 배려한답시고 양식당으로 데려가는 일은 한국적인 개성을 보여줄 기회를 빼앗는 것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매운 김치와 비빔밥, 불고기로 차린 한식을 통해 외국인들에게 한국의 가장 인상적인 이미지를 줄 수 있다는 것이 그의 문화 지론이다.

"바이어들에게는 한식을 고집해도 가족과 함께 하는 외식 땐 양식을, 지인들과의 만남에선 일식을 즐깁니다."

다양한 음식 체험은 감각이 한쪽으로만 쏠리지 않고 균형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또 그것이 창작활동에도 보탬이 된다.

섬유공학을 전공한 후 82년에 패션업계의 밑바닥 생활부터 시작한 그는 창작의 모티브를 얻기 위해 휴식을 겸한 여행을 자주 가며 자연에서 오는 느낌을 빠뜨리지 않고 스케치 해둔다. 그 때문인지 그의 작품은 전반적으로 밝고 화려한 색 매치에 중점을 두는 경향이 짙다.

끝으로 대구의 섬유'패션산업의 미래에 대해 희망적인 진단을 내렸다. 우연인지 몰라도 그의 개인 브랜드 네임인 '앙비숑'도 희망이란 뜻이다.

◇설봉

대구 수성구 지산동 두산 오거리에서 동아스포츠센터 후문방향 약 200m지점 왼쪽에 위치한 설봉은 구이집 스타일의 선술집. 주로 술 한잔 하기에 알맞은 안주류를 전문으로 내놓고 있다.

대표메뉴는 홍어삼합. 칠레산 홍어를 볏짚에 2개월 숙성시켜 톡 쏘는 강한 맛과 순한 맛 두 가지를 제공한다. 소화흡수가 잘 되고 5대 영양소가 풍부한 매생이탕은 또 다른 별미로 바닷속 수심 깊은 곳에서 자란 매생이를 겨울에 채취, 얼려두었다 그때그때 끓여 낸다. 속풀이와 영양식으로 인기가 높다. 식사를 위한 양곱창전골도 술꾼들로부터 호평을 얻고 있다.

방은 다다미방이고 테이블은 밑을 움푹하게 만들어 편하게 대화하면서 술잔을 기울이기에 좋다. 홍어삼합 4만~6만원, 매생이탕 2만 5천원, 흑태찜 3만원. 문의:053)784-0747

사진·박순국 편집위원 tokyo@msnet.co.kr

우문기기자 pody2@msnet.co.kr

작성일: 2006년 03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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