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문화와 사람-민화 그리는 서양화가 김민수

'해맑다'.

19일까지 대구문화예술회관 8전시실에서 4번째 개인전을 열고 있는 김민수(28) 씨와 얘기를 나누는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은 단어였다.

항상 밝은 웃음을 잃지 않은 것이 그 한 가지 이유였다. 어릴 적 신던 꼬까신에서 모티브를 따온 작품들이나, 그림책에서 봄직한 토끼 그림 등 기둥이나 벽에 설치된 소품들을 봐도 그런 느낌이 들었다.

넓은 전시공간을 온통 붉은 색의 바다로 만드는 작품들에서도 이런 면을 알 수 있다. 수납장 속에 일일이 챙겨넣은 동전지갑이며 노리개들도 이에 일조한다.

김씨의 작품은 민화이다. 책거리며 동물들, 사람들까지 옛 민화에서 볼 수 있는 소재들이 등장한다. 그러나 이는 민화가 아니기도 하다. '복'을 상징하는 연꽃·목단·닭·토끼 등의 이미지를 현대적으로 표현한 '응용민화'를 그리고 있기 때문. 전통 민화와는 달리 빨간색을 하나 가득 쓰고 있는 것도 하나의 이유이다. 사실 김씨의 전공은 서양화다.

김씨와 민화와의 인연은 대학 1학년 때, 민화에 자주 등장하는 연꽃에 푹 빠지면서 시작됐다. 졸업할 때까지 김씨는 전공은 상관없이 연꽃만 그려댔다. 그리고 졸업 후에는 본격적으로 민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아마 어릴 적 골동품이 즐비하던 외가댁에서 지낸 것이 민화와 자연스럽게 접하게 된 계기였을 것"이라고 말하는 김씨는 민화와 관련된 서적은 다 뒤졌다. 김씨는 막상 찾아보니 자료가 별로 없어 애를 먹은 일도 빠뜨리지 않았다.

김씨의 작품은 평면화만에 한정돼 있지 않다. 캔버스 위에 천이나 비단, 나무판을 붙이기도 하고, 조그만 가구는 직접 짜서 색을 입히기도 한다. 실로 '팔방미인'라 할 정도. "대학 시절 너무 다방면에 관심을 기울인다고 교수님한테 야단맞은 적도 많았다"는 것이 김씨의 설명이다.

공예나 도자기를 배우기 위해 가톨릭대를 찾아갔던 일도 있다. 이런 과정을 통해 김씨가 펼치고 있는 민화 작업의 소재는 무궁무진하다. 주전자며 책장, 시계 등 생활 속에 모든 소품들이 곧 소재가 되기 때문.

김씨는 여기에다 민화의 참뜻을 담아 설명한다. '그림으로 사람들에게 복을 나눠주는 것'이 김씨가 설명하는 민화의 가장 큰 매력이다.

붉은 색을 주요하게 다루는 것도 이와 관련돼 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색이기도 하지만 붉은 색은 '복(福)'을 불러오는 색이기 때문이다. 김씨는 "붉은 색은 피의 색깔이어서 '생명'을 뜻해 유럽에서도 좋은 의미로 통하더라"고 말했다.

자신의 작품이 실제로 복을 불러왔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한 자동차대리점에서 자기 작품을 걸어놓았더니 매출이 늘었다'는 얘기를 들었단다.

좋은 의미를 담는 민화에다 복을 불러오는 색깔을 입혀놓은 작품, 여기에다 김씨가 꼭 챙겨입는 빨간 색의 옷까지 모여있는 김씨의 전시회는 김씨의 함박웃음과 어우러져 찾아오는 이들에게 복을 한 바가지씩 퍼줄 것만 같다.

지난 해 서울 전시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었던 김씨는 고향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작품을 즐겨줬으면 하는 눈치이다. 얼마전 갤러리M의 전시회에 참가한 서울 작가 김지혜 씨의 작품도 전통적인 민화소재인 책거리를 이용한 작품으로 주목을 받고 있기에 김씨의 욕심은 아주 작은 것에 불과한 것 같았다.

서양화 전공이면서 민화를 그리고, 회화만이 아닌 공예 등 다양한 장르의 작업을 하는 김씨는 '미술기획'도 도전하고자 한다. 현재 한 자동차대리점의 갤러리 큐레이터를 맡고 있다는 김씨의 다음 '외도'는 벌써 시작됐다.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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