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통해 삼성 라이온즈 선동열 감독이 추구하고 있는 '지키는 야구'가 새로 각광받고 있다.
선 감독은 지난해 사령탑 데뷔 첫 해 '호쾌한 야구'를 지향했던 삼성의 팀컬러를 '지키는 야구'로 바꾸면서 팀을 한국시리즈 정상에 올려 놓아 주목받았다. 선 감독은 평소 "투수 1, 2명이 방어율을 1점대로 유지할 수 있다면 3할을 치는 타자 9명을 두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열심히 훈련하더라도 3할 이상을 치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수비는 훈련을 통해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며 '지키는 야구'를 강조했다.
선 감독은 투수코치로 나선 이번 대회에서도 신기에 가까운 투수 로테이션으로 한국을 4강에 올려놓았다. 한국은 지금까지 아시아 라운드 포함 6경기에서 5실점, 방어율1.33으로 짠물 야구의 진수를 선보이고 있다.
16일 일본이 한국과의 리턴매치에서도 패하자 일본 언론들은 "투수 싸움에서 졌다"며 일본 주니치에서 '나고야의 태양'으로 불리며 마무리투수로 이름을 날린 선동열 투수 코치의 능력을 높이 평가했다.
이번 대회에서 선 감독은 투수진 운용에 대해서는 김인식 감독으로부터 전권을 위임받아 한 치의 오차도 없는 투수 로테이션 능력을 과시하고 있다. 선수 시절 '국보급' 투수로 이름을 날린 만큼 선 감독이 선수들의 몸 상태를 보는 눈과 교체 타이밍을 잡는 감각은 탁월했다.
아시아 라운드 통과(8강 진출)의 운명이 걸린 대만전에 서재응을 선발로 내세우며 첫 단추를 잘 꿰었고 이후 경기에서는 메이저리거와 국내파 베테랑, 신예들을 적절히 조화시킨 로테이션으로 투수진 전체의 사기를 끌어올렸다. 준준결승 미국, 멕시코전에서는 정대현, 구대성 등 메이저리그 타자들에게 생소한 폼의 선수들을 투입, 타격 타이밍을 빼앗았다. 이날 일본전에서는 그가 키워 낸 삼성의 오승환이 9회 위기 상황에서 마무리로 나서 승리를 확정짓는 감격적인 순간을 맛봤다.
선 감독은 대회 전부터 선수 이름에 연연하지 않고 몸 상태를 최우선으로 삼아 선수들을 기용하겠다고 밝혔고 이를 철저히 지켰다.
1982년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세계야구선수권대회 결승에서 일본을 물리치고 우승할 당시의 주역이었던 선 감독은 이날 경기 후 감회어린 표정이 역력했다. 선 감독은 "지금까지 투수 교체를 하면서 거의 실수를 하지 않았다. 어떤 타이밍에서 어떤 선수를 투입할 것인가 그것만을 생각했다"며 "컨디션이 100%가 아닌 상태에서도 투수들이 사명감을 갖고 잘 던져주었다"고 선수들을 칭찬했다.
또 선 감독은 "경기 전에 일본인 투수 코치를 만났는데 6점 이내로 져도 올라가지 않느냐며 잘 봐 달라고 했는데 이겨 미안하다"며 진 팀에 대한 배려를 하는 여유도 보였다.
김교성기자 kg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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