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뇌종양 물리치고 대학진학…순덕이의 '보은의 향학열'

"순덕이를 아십니까?"

9년전 11살 꿈많은 소녀로 뇌종양을 앓으며 병마와 사투했던 박순덕(20·칠곡 기산면)양이 병을 훌훌털고 반듯하게 자라 자신의 생명을 구해준 대학에 입학, 보은의 향학열을 불태우고 있다.

초교 4학년때 자주 머리가 아프다고 보채던 박 양을 부모가 데리고 경북대병원을 찾은 결과 '악성 뇌종양' 진단을 받았으나 남의 땅을 빌려 농사짓던 터라 3천만 원이란 거액의 치료비 조달은 엄두도 못낼처지였다. 때문에 점점 더 머리가 아프다고 울며 보채는 순덕이를 바라보는 부모의 속은 새까맣게 타들어 갔다.

급기야 이같은 애닯은 사연이 알려지면서 박 양이 다니던 약동초교 선생님과 어머니회에서 팔을 걷고 나서 일일찻집으로 800만 원을 마련하고, 학생들은 돼지저금통을 털었고 이에 다른학교 학생들까지 동참했다. 박양 구하기 작전 소식이 지역 전역으로 알려지면서 당시 동국전문대(경북과학대) 이영상 학장이 '꺼져가는 어린생명을 살리자'며 교수들과 함께 '동국 초당마을의 장맛보기 퍼포먼스'를 열고 전통 발효식품과 음식 등을 팔아 모은 돈 1천만 원을 치료비로 전달했다.(본지 1997년 8월2일자 보도). 이때 대학 체육관에서는 대구·경북 청년대학부 연합수련회에 참가중이던 대학생 700명이 모여 '순덕이의 쾌유를 비는 기도회'를 가지기도 했다.

이같은 성원으로 3차례에 걸친 큰 수술을 받은 뒤 항암치료를 꿋꿋이 견뎌내고 이젠 튼튼한 몸으로 새 삶을 살고 있는 박 양은 지난 2일 당시 수술비를 모아준 경북과학대학(사회복지과)에 입학하는 영광을 안았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대학 입학을 포기할 까도 생각했던 박 양은 이모의 도움으로 이젠 어엿한 처녀로 자라 '선교복지의 꿈'을 키워가고 있는 것.

박 양을 처음으로 알아본 사회복지과 이종춘 교수는 "대학에서 9년 전 순덕이를 위한 큰행사를 벌인 것을 기억하고 있다"며 "지난 주 첫 수업을 하면서 '순덕'이란 이름이 낯익어 확인해봤더니 그때의 주인공 이었다"는 것.

16일 캠퍼스에서 만난 순덕 양은 "어릴적 아팠던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어쩐 지 고교때부터 이 대학에 입학하고 싶어 캠퍼스에 자주 놀러오곤 했다"면서 "선교복지를 전공, 평생 남에게 봉사하면서 살고 싶다"는 소박한 꿈을 조심스럽게 밝힌다.

칠곡·이홍섭기자 hsl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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