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문학동네-(15)시하늘

'좋은 시, 아름다운 세상'을 추구하는 계간 '시하늘'은 '시의 전령사'이다. 인터넷 다음카페 시하늘(http://cafe.daum.net/sihanull)의 전국 회원 3천~4천명이 읽은 시집이나 시잡지 등에서 계절별로 발췌한 시 중에서 좋은 시만을 다시 가려뽑아 싣기 때문이다.

'시하늘'은 현재 2006년 봄호(통권 41호)까지 나왔다. 이번호의 구성을 보더라도, '시하늘 엔솔러지' 코너에는 카페 자작시 게시판에 올리는 회원들의 좋은 시를 가려뽑아 싣고 있다. 또 '독자가 뽑은 좋은 시'란에는 회원들과 운영자들이 카페나 시집.문예지 등을 읽고 선별한 시를 편집회의에서 다시 골라 싣는 공간이다.

이 일의 일차적인 작업을 맡고 있는 시하늘 동인 손남주 시인은 독자의 대중성과 문학적인 격조의 경계 유지에 어려움이 많다는 고민을 털어놓기도 한다. 그러고 보니 지역의 한 중견 여류시인이 "'시하늘'을 읽으면 최근의 시경향을 알 수 있다"고 한 말도 예사롭지 않다.

'시하늘'의 모태는 '글맥문학'이다. 어느 시창작교실에서 만난 최동룡.서귀자 등 당시 문학지망생 9명이 1994년 5월 '글맥문학'이란 동인을 결성하고 동인지 '꽃잎을 추억하는 바다' 등을 발간하다가, 박창기 시인을 만나면서 '주머니 속의 행복'으로 새 출발을 한 것이다.

그후 운영난으로 우여곡절을 겪기도 하다가 '시하늘'로 카페와 동인 이름을 바꿨고, 2000년에는 '글맥문학'이 '시하늘'로 사실상 화합적 통합이 이루어졌다. 시하늘 동인은 지금 박창기(운영위원장),최동룡(편집장),안용태(사무국장) 시인과 편집위원인 서귀자·손남주·권순진·전향·원무현·박예근 시인 등 9명이다.

이중 최동룡·서귀자 시인은 글맥문학 멤버로 박창기 시인과 함께 시하늘을 일구고 지켜온 산증인이다. '시하늘'의 현재 발행부수는 약 4천부 가량. '시하늘'은 그러나 일반서점에서는 구할 수 없는 비매품이다.

다만 1년간 후원금 1만원이면 계절별로 4권의 책을 받고 시낭송회에도 초대된다. '시하늘'은 지금도 '주머니 속의 행복' 크기 그대로이다. 핸드백이나 뒷주머니 속에 넣고 다닐 수 있는 손바닥 만한 시집이다.

더많은 문화의 공유를 위해서다. 더 좋은 시를 보급해서 시의 저변을 더 확대하고 싶은 남다른 소망을 담고 있는 것이다. 작지만 알찬, 시인 속에만 머물지 않고 일반인 속에서도 살아 숨쉬는 문학계간지를 추구하는 것이다.

'시하늘'은 수천명의 회원을 확보하고 있는 전국적인 카페이고 계간지이지만, 출발지가 대구였던 만큼 모든 오프라인 행사도 당연히 대구를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시하늘'하면 빼놓을 수 없는 행사가 '시낭송회'이다.

지난 17일 대구 MBC 방송국 맞은편 삼성화재빌딩 지하1층 카페 '스타지오'에서 열린 시낭송회가 무려 115회째. 이 기록적인 시낭송회에는 전국의 웬만한 유명시인은 다 초청됐다. 초대 시인의 시낭송과 라이브 음악이 멋지게 어우러지는 시의 무대에는 시를 사랑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참여해 애송시나 자작시를 낭송할 수도 있다.

특히 맛깔스런 사회와 담론으로 좌중을 이끌곤 하는 권순진 시인(대구문인협회 사무국장)의 역할도 늘 주목의 대상이다. 또 하나 '시하늘'만의 고유 이벤트가 '시하늘 달빛 시음악회'이다.

올해로 5년째 접어든 달빛 시음악회는 달밤에 산행을 하면서 시와 음악을 나눈 것에서 비롯됐다. 최근 들어서는 대구 근교의 명산 기슭에서 시음악회를 열고 달빛과 시와 대금가락의 어울림에 흠뻑 취하곤 한다.

지난 주말에도 팔공산 한티재 부근 산중산방에서 올들어 첫 달빛 시음악회를 열고 유장한 우리 가락을 타고 흐르는 낭랑한 시음을 즐겼다. 달빛 시낭송회는 해마다 인기를 더해 멀리 서울과 전주 등 외지에서 찾는 단골들도 적지 않다.

박창기 운영위원장은 "'시를 읽지 않는 시대는 정신이 죽은 사회'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고 한다. 그래서 흐트러진 우리 사회의 정신문화와 삶의 질을 한층 더 높이기 위한 좋은 시들을 좀더 많이 보급하고 싶은 것이다.

조향래기자 bulsaj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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