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르포)'3040 해방구'(?)…일탈이 춤춘다

지난 17일 오후 10시, 대구 동구의 한 대형 성인나이트 클럽. 30, 40대 중년 남녀들이 속속 입장했다. 주차장은 이미 '만차'. 입구에는 자리가 날 때까지 기다리는 사람들의 행렬이 길게 늘어섰다. 클럽 안은 시끄러운 음악소리와 현란한 조명 아래 연신 몸을 흔들어대는 사람들과 바쁘게 움직이는 웨이터들로 '콩나물 시루'를 이뤘다. 대다수가 30, 40대 중년층.

여성들은 웨이터 손에 잡혀 테이블 사이를 오가고 있었다. 한 웨이터는 "손님 중 절반 이상이 여성"이라며 "이른바 '부킹(다른 테이블 남성과 합석하는 것)' 않는 여성들이 오히려 이상하게 취급을 받는다"고 귀띔했다.

대구시내 성인 나이트클럽이 밤마다 '인산인해(人山人海)'를 이루고 있다. 규모가 크면 클수록 인기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 평일과 주말을 가리지 않고 인파가 들어찬다. 하지만 이 곳이 '스트레스 해소장' 역할을 뛰어 넘어 '일탈로 향하는 해방구'로 변질됐다는 목소리도 적잖다. 기혼 남녀간 '불륜의 장(場)'이 되고 있다는 것.

이날 취재진이 찾은 나이트클럽엔 춤을 추는 사람들 대다수가 30~40대 여성들이었다. 한 웨이터는 "여자들은 부킹보단 춤을 추고 스트레스를 풀려는 경향이 강한데 비해, 남자들은 술도 마시고 다른 여성들과 부킹을 하기 위해 온다"고 전했다.

대형룸에 자리를 잡은 취재진은 '부킹'을 시도했다. 10분도 채 지나지 않아 40대 초반의 중년 여성 2명이 들어왔다. 칠곡에 산다는 여성(43)은 "여자들끼리 보다 남자들과 술도 마시고 춤도 추는 게 훨씬 재미있다"고 말했다.

함께 들어온 또다른 여성은 "'묻지마 부킹'아니냐"며 "개인적인 질문은 피하고 그냥 내키는 대로 놀다 가면 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들 여성들은 얘기를 시작한지 5분도 지나지 않아 휴대전화 번호를 남기고 자리를 떠났다.

20여 분이 지나자 다른 여성들이 들어왔다. 대구 북구의 한 은행에 다닌다는 한 여성(36)은 "1주일에 한번 정도 스트레스를 풀러온다"며 "생활에 활력소도 된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또 다른 여성(36)은 "남편에게는 '직장모임이 있다'고 말하고 왔다"며 "가정파탄 날 정도가 아니면 가끔 부킹도 하고 연애도 하고 하는 것이 문제될 것 없다"고 거리낌없이 말했다.

"남편에게는 친구 생일이라 새벽에 들어간다고 이야기 해 놨다"는 한 여성(38)은 "집안에서의 스트레스를 풀기에 마음 맞는 남자와 술한잔 하는 것이 뭐 나쁘냐"고 되물었다.이처럼 '부킹'이 자연스레 성행하면서 대구 달서구의 한 성인 나이트클럽에서 부킹을 한 여성들이 남성들에게 '몹쓸 짓'을 당했다는 소문이 나돌기도 했다. 이에 업소 측은 '헛소문이 돌고 있으니 해당 소문을 유포하는 사람에게는 법적인 대응을 하겠다"는 광고벽보를 대구시내 전역에 붙이기도 했다.

다음 날 새벽 2시. 나이트클럽 입구에는 부킹을 통해 짝을 찾은 중년 남녀들이 밖으로 빠져나가는 모습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한달에 서너번 나이트클럽을 찾는다는 회사원 김모(30) 씨는 "부킹 여성에게 노골적으로 잠자리를 요구하면 못 이기는 척 응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성인 나이트클럽이 인기를 모으는 이유를 전문가들은 "가부장적인 가족관계에 만족 못하는 중년 여성들이 해방구를 찾기 때문"이라 분석했다. 김혜순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경제적으로는 불안한 상태가 계속되고 가부장적인 가족 관계에 불만을 느낀 중년남녀들이 배출구를 찾아 나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가정을 가진 중년남녀들의 탈선은 자칫 가정을 무너뜨리는 악영향을 가져올 수도 있다"며 "가정의 붕괴는 결국 사회의 근간을 약화시키는 무서운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종렬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불안해지는 삶과 금욕주의에 지친 사람들이 쾌락과 환상, 터부를 깨뜨리는 짜릿함에 매혹되고 있다"며 "결코 바람직한 현상이라고는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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