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전문가 클리닉] 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 장애 진단②-초등학교 시기

▲ 사례

진수(가명) 어머니는 설레는 마음으로 3월을 맞았다. '벌써 내 아이가 학교를 가다니! 내가 학부모가 된다니!' 하지만 이도 잠시. 담임선생님이 보자고 연락이 왔다. 첫 인사를 드리는 마음으로 찾았는데 뜻밖의 말에 정신이 혼미해졌다.

진수가 수업시간에 가만히 있지 않고 다른 친구에게 가서 장난을 걸거나 마음대로 화장실에 갔다 오는 등 산만할 뿐만 아니라 가끔 지각도 하고 준비물도 잘 가지고 오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가만히 생각하니 진수는 알림장을 적어 오는 일이 적었다. 물어보면 준비물이 없다고 해서 그런 줄 알았다. 행동이 평소 조금 산만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답답해진 어머니는 다음날부터 아이의 행동을 자세히 살펴보기로 했다.

아침에 일어나라고 하자 짜증 섞인 목소리로 대답하고는 화장실로 갔다. 재촉하지 않으면 10분이 지나도 나오지 않았다.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시간이 됐는데 스스로 학교에 갈 생각을 않았다. 가방을 챙겨주자 그제야 일어났다.

학교 가는 길을 따라 갔다. 매일 일찍 학교에 보냈는데 지각을 했다니? 등굣길에 만난 친구와 인사를 하고 함께 문방구 앞에서 이것저것 구경을 했다. 친구들은 학교에 들어갔는데 진수는 여전히 구경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르는 듯했다. 아슬아슬 시간에 맞춰 학교에 가자 가방을 던지고 옆 친구에게 장난을 거는데, 상대방이 싫어하는 것도 잘 모르고 계속 장난을 걸었다. 수업 중 모습은 선생님 말씀과 비슷했다. 학교를 마친 뒤에도 문방구 오락기 앞에 앉아 한참 동안 시간을 보냈다. 왜 저럴까? 어머니는 원인도, 해결책도 막막해졌다.

▲ 증상

진수와 같이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 증상이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저학년 때는 주로 행동 문제가 많이 드러난다. 책상에 가만히 앉아 있는 것이 힘들고, 한 과목만 꾸준히 공부하는 것이 어렵다. 특히 받아쓰기와 계산을 힘들어 한다. 받침이 어려운 단어를 계속 틀리고, 말로 풀어 놓은 계산은 잘 이해하지 못한다. 말이 많고 발표력이 뛰어난 경우도 있지만, 다른 사람의 대화에 끼어들거나 다른 사람에게 말할 기회를 주지 않을 정도로 혼자 떠들어 버린다.

초등학교 2학년 정도 되면 수업 중에 돌아다니는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여전히 집중력은 낮다. 단순 암기과목은 잘하는 편이지만, 이해력이 필요한 과목을 싫어하고 힘들어한다. 그렇지만 학교 성적에서 다른 아이들과 큰 차이는 나지 않는다.

초등학교 3학년 이상이 되면, 어느 정도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게 된다. 이전까지는 자신의 주장부터 먼저 하고, 다른 사람의 평가에 대해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지만, 이 시기 이후에는 점점 타인의 시선에 신경 쓰게 된다. 겉으로는 산만한 모습들이 많이 줄어 부모가 다소 안심할 수 있는 시기이기도 하다. 그러나 내면적으로는 여전히 산만하다.

이때부터 노력한 시간에 비해 결과가 다소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는 경우가 잦아진다. 즉 효율성의 저하를 실감할 수 있게 된다. 나름대로 공부를 해 보려고 노력하지만 잘 되지 않아 짜증을 내고, 점차 자신감을 잃어간다. "나는 못난이인가 봐", "엄마 내가 싫지" 등의 이야기를 자주 한다. 내면적인 불안 증상도 이 시기에 생길 수 있다.

인식이 보다 발달하게 되면, 점점 자기 합리화와 더불어 거짓말이 늘어난다. 자신의 충동적인 행동 뒤에 올 꾸중 혹은 비난이 두려워 자신을 합리화하는 말들을 하게 되면서 거짓말이 자연스러워지는 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말로 상황을 빠져나가려는 시도를 더 많이 하게 되고, 부모와 마찰도 많아진다. 물건을 훔치는 도벽도 생길 수 있다.

친구 관계에서 종종 폭력적인 행동을 보인다. 자신의 뜻대로 따라주지 않거나, 자신을 제외시키는 친구들에게 복수심을 갖는다. 친구의 말에 상처를 쉽게 받고, 순간적으로 감정을 조절하지 못해 공격적인 행동을 보일 수도 있다.

이런 가운데도 학습 능력은 초등학교 고학년까지도 우수한 아동이 있다. 즉 지능이나 학습 능력이 뛰어난 아동 중에도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가 있을 수 있다. 오히려 지능이 높을수록 자기 합리화를 잘 하기 때문에 이러한 증상이 성격화할 가능성이 높고, 주변에서 늦게 알아차리기 쉬우므로 더 많은 주의가 필요하다.

박용진(진스마음클리닉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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