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슈 포럼-물 시장 개방은 도전과 기회

미국의 경제지 포천은 최근 "20세기 Black Gold(석유)의 자리를 21세기에는 Blue Gold(물)가 대신할 것이다"고 보도했다. 다가올 22일은 지구촌에 도래한 Blue Gold(물)의 위기를 알리기 위해 유엔이 제정한 제14회 세계 물의 날이다. 물 위기의 원인과 형태는 다양하다. 그러나 가장 우려하는 것은 물 부족 문제이다. 물 부족 위기에 대한 우리 국가정책은 댐 및 수도건설과 같은 개발중심에서 물 절약 등의 수요관리로 바뀌었다. 이러한 정책변화는 우리나라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 불가피하고도 현명한 선택이라고 하겠으나, 변화하는 수도정책이 국제 물 시장의 급격한 환경변화도 읽어내고 담아내야만 수요자인 국민을 행복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직면하고 있는 물 시장 환경 변화에서 가장 큰 흐름은 개방이다. 2001년 시작된 세계무역기구(WTO), '도하 어젠다(Doha Agenda)'에서는 수도사업을 자유무역대상으로 선정하기 위한 논의가 진행 중이며, 현실적으로도 이미 세계석유시장의 40%에 해당하는 연간 수조 원 규모의 세계 물 시장을 다국적 메이저 수도기업인들인 프랑스의 베올리아(Veolia)와 온데오(Ondeo)가 양분하고 있다. 국내에도 이미 진출해 있다. 베올리아는 현대석유화학 수처리시설 위탁운영, 온데오는 양주군 하수처리 BTO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물 시장 개방은 남의 일도 아니고 먼 장래의 일도 아닌 우리나라에서 그것도 이미 진행되고 있는 일인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물 시장의 구조는 "물 시장 개방이 말처럼 쉬울 것이냐"는 관련 종사자들의 안일한 의식구조만큼이나 취약하여 개방에 거의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나라 상수도사업 구조는 수평적으로는 1개 광역상수도(한국수자원공사)와 167개 지방상수도(지자체)로 분할되어 있고 수직적으로도 광역상수도와 지방상수도, 하수도로 관리주체가 나누어져 운영되는 등 운영부실로 인해 지역별 수돗물 공급서비스의 불균형이 매우 심각한 상태이다. 급수보급률이 특별·광역시는 98.7%이고 농어촌지역은 33%이며, 전 국민의 11%인 519만 명이 우물 등 수질이 불안전한 시설에 의존하고 있으며, 물 값도 강원도 A시는 t당 1천31원인 반면 경기도 B시는 t당 279원으로 지자체별로 불균형이 심각하다. 이외에도 시설과 관로의 노후로 많은 비용을 들여 만든 수돗물이 경북도의 경우 29.5% 이상이 누수가 되고 수질오염사고도 발생하는 등 서비스 불균형 문제가 심각하지만 적자운영 중인 영세한 지방재정으로는 감당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이러한 사업구조의 낙후성을 극복하고 민영화, 개방화, 표준화, 광역화로 대변되는 물 시장환경 변화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해법은 취약한 우리나라 물 시장의 구조개편에서 찾아야 한다. 그 방향은 경영합리화와 효율성 확보이며, 민영화 등 경쟁도입을 통해서 실현해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한 우선 과제는 수도사업을 재정과 기술력 등에서 취약한 지방자치단체에서 분리·독립시켜서 공사화나 전문기관 위탁관리 등의 혁신방안 도입이 필요하다. 이러한 과제의 실천은 이미 진행 중이기도 하다. 한국수자원공사도 예천군 등 전국 5개 지자체의 지방상수도에 대한 운영효율화사업을 실시하여 지자체를 지원하고 있으며, 고령군 등 37개 지자체와도 사업추진을 위한 구체적인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환경부에서도 수도사업자 간의 경쟁촉진을 통한 구조개편을 위하여 금년도 6월 30일 시행을 예정으로 수도법 개정을 서두르고 있다.

국내 물 산업 구조개편 논의는 물 시장의 개방을 전제로 하는 것이 아니고 물 시장 개방을 대비하고 극복하기 위한 것이다. 물 시장 개방이라는 위기는 미리 준비하는 자에게는 기회이며, 이로 인해 수요자인 국민들에게 지역 간이나 빈부 간 격차 없이 평등하게 행복한 물을 마실 수 있게 해준다면 더 없이 좋은 기회일 것이다.

차건혁 한국수자원공사 경북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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