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당(酒黨)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커다란 술통에 빠져 원없이 술을 마시는 상상을 해봤을 터. 달성군 유가면 음리의 '술 빚는 집'으로 가는 길은 그래서인지 마음이 가벼웠다.
현풍면 소재지를 지나 비슬산 휴양림 방면으로 10분쯤 더 들어가니 '대구 전통민속주 하향주(荷香酒)'라는 간판을 단 작은집이 나타났다. 1870년부터 4대째 이어오며 술을 담그고 있는 곳.
집안으로 들어서자마자 강렬한 향기가 코끝을 자극한다. 술이 담긴 수많은 항아리 사이로 박환희(56) 씨가 구순(九旬)을 바라보고 있는 노모로부터 집안 대대로 내려오고 있는 술 제조 비법을 전수받고 있었다.
술이 내뿜는 향기가 이렇게 감미로울 수가. 술 향기에 취한 기자에게 박 씨는 "술에서 연꽃 향기가 난다고 해서 하향주라는 이름을 얻었다"고 했다.
"하향주의 기원은 멀리 신라시대 성덕왕 때로 거슬러올라갑니다. 당시 병란으로 전소한 비슬산 중턱에 있던 도성암을 중수할 때 인부들에게 제공하기 위해 임시로 토주로 빚은 것이 시초지요. 이후 각종 기록들을 들춰보니 하향주는 100일 동안 숙성한 고급주로 연꽃 향기가 그윽해 군주들만 즐겨 마셨던 지역을 대표하는 명주더군요."
하지만 이런 하향주도 그동안 푸대접 신세였다. 박씨 일가에만 술 제조법이 전수되다 보니 워낙 소량만 생산돼 불로 막걸리, 경주 법주, 안동 소주 등 지역 대표술과는 어깨를 견줄 수 없었던 것.
"어머님이 편찮으신데다 혼자 만들다 보니 하루 200~300병 밖에 생산하지 못했어요. 달성 지역의 술판에만 등장하게 된 이유입니다."
최근 들어 하향주에 '볕들 날'이 왔다. 지난 1996년 대구무형문화재로 지정되면서 하향주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기 시작한 것.
게다가 지난해 7월에는 산업자원부가 지원하는 지역산업기술개발사업에 선정되는 겹경사를 맞았다. 오는 2007년까지 2억4천만 원의 중앙정부 재정이 지원된다. 대구신기술사업단과 연계해 우리나라 전통민속주의 계승과 과학적인 방법으로 품질개선을 위함이다.
박 씨는 "그동안 가장 큰 고민이었던 소량생산에서 벗어나게 됐다"고 좋아했다. 올 연말쯤 2천여 평의 제조공장이 탄생하게 된 것. 하루 1만 병 정도를 생산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는 "그동안 한 달에 200만 원 정도 수입밖에 없었는데, 앞으론 대량생산을 통해 수입도 덩달아 늘게 될 것"이라고 했다.
"하향주는 전국적으로도 유명한 유가찹쌀과 비슬산 맑은 물, 그리고 인동초, 약쑥, 국화꽃, 국화수 등 약초가 가미된 대구의 전통명주입니다. 또 100일 동안 숙성시키기 때문에 숙취가 없고, 깊은 뒷맛과 연꽃 향기가 매력적인 술이지요."
박 씨의 목표는 일단 하향주를 대구·경북 지역의 건배주로 만드는 것이다. "지역을 대표하는 상품이 별로 없잖아요. 이번 기회를 통해 대구·경북을 대표하는 특산품으로 개발하고 싶어요." 문의 053)614-3383.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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