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정치는 쇼다

세계를 경악게 한 9'11 테러가 발생했을 때 뉴욕 시민들이 느낀 공포는 거의 죽음의 수준이었다. 공포에 질려 바깥 출입은커녕 사람을 만나는 것도 꺼렸다. '빅 애플'로 불리는 세계 경제의 중심 뉴욕은 '9'11' 이후 잿빛으로 가라앉은 절망의 도시였다. 대명천지에 가족과 친지를 잃고 공황에 빠져 단기간에 재기하기가 불가능해 보였다.

○…그때 줄리아니 뉴욕 시장이 일어섰다. 줄리아니는 두 가지 쉽고 간단한 '대증 요법'을 시민들에게 제시했다. 하나는 테러범들이 비행기로 세계무역센터(WTC)를 충돌한 여파로 무참하게 깨어져 버린 뉴욕 시내 각 건물의 유리창부터 새로 다는 일이었다. 다른 하나는 브로드웨이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프로듀서스'를 보면서 괴로움을 잊고 뉴욕 시민들이 넘어진 그 땅을 짚고 다시 일어서 달라는 간곡한 당부였다. 마치 시인 박노해가 시집 '사람만이 희망이다'에서 큰 물길을 잃어 버렸을 때는 작은 물길부터 찾으라고 노래한 것과 같은 방식이었다.

○…뉴욕 시장의 깨진 유리창 갈기와 공연 중인 뮤지컬 보기라는 두 가지 단순한 호소가 꽉 막혀 질식할 것 같던 뉴요커들에게 숨길을 뚫어주었다. "이대로 주저앉으면 영원히 테러에 지고 만다. 일어서자."

○…그렇게 뉴욕 시민들에게 희망을 심어준 뮤지컬 '프로듀서스'가 제1회 대구 프레 뮤지컬 페스티벌 참가작으로 31일까지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 공연되고 있다. 워싱턴 DC 케네디 센터에서 보았던 오리지널 무대와 비교해도 별 손색이 없다. '프로듀서스'가 끝나면, 정통 브로드웨이 뮤지컬 '그리스'(4월12~23, 대구오페라하우스)가 5'31 지방선거의 열기로 뜨거워질 대구를 찾는다.

○…정치와 쇼 비즈니스인 뮤지컬은 닮은 꼴이다. '프로듀서스'의 주인공(멜 브룩스)은 이렇게 노래 부른다. "정치와 역사는 쇼 비즈니스다." 그렇다. 뮤지컬이 관객을 웃기고 울리듯이 정치 역시 마찬가지다. 웃음을 주고, 이익을 남겨야 한다. 표를 사면서 투자한 이상의 웃음을 선사해야 뮤지컬이 성공하듯이 정치도 마찬가지다. 어느 후보가 웃음과 이익을 던져 주는 정치 쇼를 할지, 선택하고 가려내야 한다. 공천만 받았다고, 다 당선시켜 주면 대구는 더 어려워진다. 대구를 살리는 정치 쇼를 잘할 후보를 가려내는 게 우리 몫이다.

최미화 논설위원 magohalm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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