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동남아 국제결혼 '에이즈' 파문

한국 남성과 국제결혼을 앞둔 베트남 여성 중 상당수가 에이즈'성병 등에 감염돼 입국이 금지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수년 전부터 붐을 이룬 동남아 여성과 한국 노총각들과의 국제결혼에 치명적인 부작용이 노출된 것이다. 파장이 걱정스럽지 않을 수 없다.

외교통상부 발표에 따르면 작년 6~12월 혼인 비자를 신청하기 위해 건강검진을 받은 베트남 여성 532명 중 67명이 성병과 B형 간염 등을 보유하고 있었고 2명은 에이즈 보균자로 밝혀져 비자 발급을 불허했다는 것이다. 베트남 현지 대사관이 독자적으로 7개월간 시행한 결과다. 혼인 비자 신청에 건강검진이 의무 사항이 아니어서 통상적인 비자 발급을 한 여타 나라의 경우를 감안한다면 입국한 각종 질환자가 적지 않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 동남아 지역 국제결혼은 관행상 현지에서 이미 부부관계를 맺은 경우가 많다고 하니 질병에 감염된 채 귀국한 한국 남성도 없지 않을 것이다.

실태 파악을 서둘러야 한다. 그러나 인권 침해와 외교적 문제가 파생될 수도 있는 민감한 사안이어서 기술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정부가 대책 회의까지 열고서도 국민에게 당장 알리지 않은 것은 그런 고민을 반영한 것으로 보이지만, 최우선 고려할 사항은 국민 건강이다. 실태를 파악한 후 국제결혼 외국인의 비자 발급에 베트남 공관처럼 건강검진을 의무화하는 등 제도적인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기 바란다.

현재 베트남 여성과 결혼한 한국인이 2만 명이 넘는다. 다른 외국 여성도 많다. 이 와중에 농촌 총각들과 짝을 이뤄 어려운 가운데서도 단꿈을 꾸고 있는 외국인 신부들에게 상처를 주는 일이 없도록 각별히 유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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