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홈페이지에 또 서울대 타령, 강남 타령을 불렀다. 지난해 서울대 입학생 가운데 강남 출신 학생 비율이 강북에 비해 최대 9배 높았고, 전남보다는 무려 12.1배나 높았다는 것이다. 그리고는 '시험점수로 골인지점이 표시되는 100m 경주에서 같은 스타트라인 위에서 출발하지 않는다는 것'으로 해석했다.
이어지는 얘기는 당연히 참여정부의 교육 양극화 해소 정책 소개였다. 교육 소외 지역과 계층을 지원하고, 대학입시의 룰을 공정하게 조정하고, 대학에 가지 않고도 계층 상승을 이룰 수 있도록 한다는 등이었다.
뻔한 타령인데도 언론매체들은 시끌벅적하게 다뤘다. 물론 앞의 통계에만 주목했을 뿐, 정책에는 별무관심이었다. 청와대는 섭섭했을지 모른다. 대통령이 양극화 문제를 갖고 국민과 인터넷 대화까지 하겠다는 마당인데 정부의 정책 의지와 방향은 언급조차 않으니, 국민 불만만 키운 꼴이므로.
그러나 청와대와 정부가 정작 주의를 기울여야 할 대목은 여기가 아니다. 양극화에 대한 인식의 출발점에서부터 국민의 설득력을 얻지 못하는 데 대한 자성이 먼저다. 이유는 분명하다. 스스로 솔직함을 잃고 있기 때문이다. 현실이 어떻고, 정책이 어떻고 하면서도 내 아이 문제라면 다르게 접근하는 이중적 잣대를 버리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교육 양극화 문제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하는 이들 누구를 살펴봐도 그다지 다를 게 없다. 벌어져 있는 양 극단의 간격이 어느 정도이고,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해 솔직하게 인정하는 모습은 보기 힘들다. 자칫하면 기득권층이라느니, 보수라느니 하는 비난만 사기 쉬운 탓이다. 목청을 한껏 높이지만 '당신 아이라면' 하는 한 마디면 금세 점잔을 빼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양극화 타령이 국민들의 기분을 자극하고 감정의 골을 더 깊게 만드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자신에게조차 솔직하지 못한 이야기에 귀 기울여 달라고 하는 것 자체가 무리다. 가진 자도, 못 가진 자도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정책을 대안이랍시고 내놓는 건 정치적 장난일 뿐이다.
무엇보다 가슴 아픈 일은 우리의 솔직하지 못한 현실이 꿈과 성취동기마저 양극화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스타트라인이 뒤처지면 아무리 죽을 힘을 다해 뛰어도 결코 골인지점에 먼저 들어갈 수 없다는 좌절감이 점점 번져서 종래에는 꿈꾸는 것조차 허망하게 만들고 있다. 양극화 타령만 늘어놓을 게 아니라 아이들에게, 부모들에게 꿈이라도 심어줄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게 시급하다. 여기에 솔직함이 전제돼야 하는 것은 두말 할 필요도 없다.
김재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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