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美당국자 개성行…'미묘한 변화' 방증인가

미국 의회와 주한 미 대사관 관계자들이 20일 개성공단을 방문한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철저한 보안 속에 이뤄진 이번 방문에는 더글러스 앤더슨 미 하원 국제관계위원회 자문위원과 주한 미 대사관 직원 3명 등 미국측에서 모두 4명이 참가했다.

1∼2등 서기관이 포함된 대사관 직원의 상당수는 정무 담당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측에서는 외교통상부와 통일부 당국자들이 동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우리측이 그동안 "직접 개성에 한 번 가서 보라"며 권유한 것도 방문 배경으로 작용했지만 지난 달 외신기자 100여명이 개성방문 이후 호의적인 기사가 나오면서 미국측도 은근히 관심을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무엇보다 주목해야 할 것은 미국측이 개성방문에 대한 '결단'을 내렸고 북한이 미 당국자들을 받아들였다는 점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북한은 미국과 일본 언론이 상당수 포함된 외신기자들의 개성방문을 허용한 데이어 이번에도 미 당국자들에게 별 거부감 없이 초청장을 내준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22일과 29일 각각 개성공단 방문을 희망한 이종석 통일부 장관과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에게 4월 중으로 시기를 미뤄줄 것을 요청한 것과는 대조적이라는 지적까지 나온다.

미국측의 결단이 눈에 띄는 것은 6자회담이 북미 사이에 방코델타아시아(BDA) 문제와 위폐 공방으로 교착 상태에 빠진 상황에서 이뤄졌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 때문에 방문도 비밀리에 이뤄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아울러 직접 미 국무부의 고위급 인사가 방문하지 않고 하원 관계자가 개성을 찾게 된 경위도 상황에 따른 부담을 덜기 위한 미국측 포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런 미국의 태도 때문에 이번 방문은 최근 이종석 장관의 이른바 '미묘한 정세변화' 발언과 비슷한 맥락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는 관측이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

이 장관은 지난 16일 미묘한 정세변화에 대해 언급, "미국이 북에 대해 보다 더 여러가지 생각하고 확인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 개방 의지를 확인해보고 싶어 한다" 며 "우리에게는 도전적 요인도 되고 기회의 요인도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 놓고 미국의 대북 접근법이 변화할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보는 해석이 나왔기 때문이다.

그동안 '북핵 문제'에 집중했다면, 앞으로는 북핵에 그치지 않고 인권, 마약, 위폐, 개혁개방을 포함한 '북한 문제' 전반을 함께 다루는 방향으로 돌아서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었다. 실제 최근 미국 일각에서 시계(視界)를 북핵에서 북한으로 넓히고, 시정(視程) 도 현재의 북한에서 미래의 북한이나 한반도로 더 멀리 보려는 움직임을 포착할 수있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미묘한 정세 변화의 한 축에 미국이 최근 북한과 중국간 '경제 밀착'에 주목하고 있다는 점을 이번 개성공단 방문과 연결시켜 보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개성공단에 대한 실상 파악을 통해 북중 경협과 부딪칠 수도 있는 남북 경협의가능성을 엿보기 위한 것일 수도 있다는 관측인 셈이다.

주한 미 대사관 관계자는 이날 방문에 대해 "개성공단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고 싶어서 갔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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