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WBC 우승 일본 열도 '흥분의 도가니'

"믿을 수 없다. 이런 멋진 승리를 할 수 있어 기쁘다"(스즈키 이치로)

21일 일본 열도는 흥분과 감동으로 들끓었다. 일본인들은 스즈키 이치로 선수 처럼 눈 앞에 벌어진 광경을 믿을 수 없었다. 10-6 쿠바 격파.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우승. 기적처럼 준결승에 올라 숙적 한국을 무찌른 여세를 몰아 원년 정상을 거머쥐자 일본인들은 절정의 기쁨에 "믿을 수 없다"는 감탄만 연발했다.

"9회말까지 손에 땀을 쥐었다. 잠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일본 야구의 저력을 세계에 보여주어 더할 나위 없이 기쁘다"며 춘분 휴일인 이날 사무실에 출근한 한 일본 언론인은 감격하며 눈물을 글썽거렸다.

많은 일본인들은 이날 외출을 삼가고 오전부터 TV 브라운관 앞을 지켰다. 일본팀이 선전을 거듭하며 경기 초반부터 큰 점수차로 쿠바를 따돌리자 이 집 저 집에서 "최고" "재팬" 등의 탄성이 연신 흘러나왔다.

교도통신은 이날 오후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일본이 아테네 올림픽 우승국인 쿠바를 꺾고 1회 WBC 왕좌에 올랐다"는 긴급기사와 함께 투수 마쓰자카 다이스케의 대회 MVP 수상 등 소식을 잇따라 타전했다.

닛칸스포츠와 주니치스포츠 등 일본 스포츠신문들과 공영방송 NHK, 민영방송 TBS 도 '오사다하루 재팬, 세계 제1'이라는 제목 아래 일본이 행운의 초대 챔피언에 등극한 사실을 바삐 전했다.

NHK는 일본이 8회말 6-5로 1점차까지 몰렸으나 9회초 점수를 벌려 결국 첫 왕좌에 올랐다고 보도했다. 이날 경기를 생중계한 니혼TV는 경기 후 야구평론가 등을 스튜디오로 불러내 샌디에이고 펫코구장 현지 앵커와 연결해 경기내용을 분석하고 주요 장면을 되풀이 방영하며 감격을 곱씹었다.

앵커는 "미국도 아니고, 도미니카도 아니고, 쿠바도 아닌 일본이 우승했다"며 스스로도 우승 사실이 꿈처럼 느껴지는 듯 감격에 젖은 목소리로 우승 소식을 거듭 일본 국민들에게 전했다.

맹활약을 펼친 이치로 선수는 일본 언론과 인터뷰에서 "많은 일본인들이 직접 와 응원을 해주어 큰 힘을 얻었다"며 "일본팀은 정말 최고의 팀"이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떨리는 목소리의 오사다하루 감독도 "일본 선수들이 멋진 일을 해냈다"며 "선수들이 일본 야구를 세계에 보여주었다"고 감격했다. 또 목에 건 금메달과 트로피를 카메라에 내보이며 주먹을 불끈 쥐며 승리를 만끽했다.

일본 프로야구 퍼시픽리그의 고이케 다다오 회장은 "어려운 경기였으나 오사다하루 감독을 비롯한 전 선수가 세계 제1위를 목표로 싸운 집념이 결실을 냈다"며 자축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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