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면(裏面)
김필찬
나는 신문기사를 스크랩하는 버릇이 있다
그 진실성이란 스크랩 당한 뒷면
기사의 잘려나간 또 다른 파편처럼
온전치 못함을 알면서도
흥미로, 역사로, 그들의 일상을 발췌하여
의식 속에 기록한다
때로 술안주로
기사의 관련자들을 난자질하며
내 일상의 빈 칸을 채우기도 하였다
오늘 스크랩한 뒷면을 우연히
보았다
오이를 수확한 시골 여인의
건강한 웃음을
그 사진이
칼로 난도질당해 있었다
우리의 통속적 관심은 언제나 중심(표면)에 있다. 표면이 진실이고 현실이라고 생각한다. 표면의 사람들, 그들의 허위성과 이중성 앞에서 언제나 피해자가 되지만 주변인인 우리의 관심임에는 변함이 없다. 그래서 그들을 역사로 기록하기 위해 표면을 스크랩한다. '기사의 잘려나간 또 다른 파편처럼/ 온전치 못함을 알면서도', 그들을 기억하며 때로는 '술안주'로 때로는 '흥미'의 대상으로 결국 그들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이 시대 선량한 주변인들이다.
그러나 참다운 삶은 그들을 스크랩한 표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이면에, 잘려나간 '오이를 수확한 시골 여인의/ 건강한 웃음'에 있는 것이 아닌가. 이 평범한 사실을 낡은 스크랩에서 우연히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구석본(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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