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잦은 중-러 정상회담 배경은?…美 견제 노린 듯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중국 방문으로 양국 관계가 구 소련 붕괴 이후 가장 가깝게 다가섰다.

중국과 러시아의 밀착은 소원해졌던 양국의 전통적인 우의를 회복함으로써 미국의 패권주의를 견제하려는 의도를 깔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푸틴 대통령이 중국 방문에 앞서 가진 신화통신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중-러 협력 강화의 노림수가 무엇인지를 엿볼 수 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와 중국의 전략적 협력 강화가 제3국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고 전제했지만 문명 충돌에 대한 우려의 심경을 밝힘으로써 미국을 우회적으로 공격했다.

그는 "문명 충돌의 조짐이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면서 "이는 테러리스트 등 극단주의자들에 의한 것이기도 하지만 일부에서 이데올로기적이고 공식화된 방법으로 국제관계를 다루려 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미국이 일방주의식으로 국제관계의 기준을 설정하는 것에 대한 비난으로 해석된다.

이들이 '민주주의 수출'을 강행하면서 자기의 문화와 생활양식, 가치관을 강요하려 하고 있다는 푸틴 대통령의 지적에서 그가 말하려는 속뜻이 무엇인지가 잘 드러난다.

중국측은 양국 국가원수의 이번 만남의 배경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피하고 있지만 상호 필요에 의해 두 나라의 거리가 가까워지고 있음을 굳이 숨기지 않는 분위기다.

푸틴 대통령은 21일 베이징(北京) 도착 직후 인민대회당에서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두 정상의 만남은 후 주석이 지난해 6월 모스크바를 방문한지 9개월 만이며 푸틴 대통령으로서는 2000년 3월 취임 이후 네 번째 방중이다.

후 주석의 모스크바 방문 당시 미국 주도의 세계 질서에 도전하는 내용의 '21세기 국제질서에 관한 중.러 공동성명'을 발표한 양국은 정치.경제.군사.문화 등에서 협력을 다지며 미국을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두 나라가 밀착해야 하는 이유는 이밖에도 여러가지다.

중국은 경제성장을 지속하기 위해 안정적인 에너지 확보가 절실하고 러시아는 중국을 석유와 천연가스의 주요 수출 대상국으로 삼으려 하고 있다.

이와 관련, 동시베리아 원유를 태평양 연안의 나홋카로 연결하는 극동 송유관의중국 지선 건설과 양국이 합작 건설한 장쑤(江蘇)성 톈완(田灣)원전 등 양국의 에너지 협력은 절실한 문제다.

베이징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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