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백프라자갤러리(053-420-8015)에서 27일까지 열리는 '석저 추진호 서전'은 중진서예가인 석저(石渚)가 30여 년 만에 처음 가지는 개인전이다. 단체전과 초대전, 각종 공모전 수상으로 작품성을 인정받았음에도 스스로 만족하지 못해 오랜 세월을 작품 활동에만 매진해왔기 때문이다.
30여 년 세월의 칩거 아닌 칩거에 대한 보상이랄까? 석저는 이번 전시회에 한껏 욕심을 부렸다. 전서·예서·해서·행서·초서 등 다양한 서체로 한시는 물론 대학·논어·중용·시경·명심보감 등 중국 명서에 나오는 글귀들을 옮겨놓았다. 용비어천가의 경우 한글 원문·전문(全文)을 쓴 다음 그 해석을 한글로 덧붙여 놓아 관람객들의 감상을 돕고 있다.
시서화(詩書畵) 3절의 최고 경지를 향해 나아가듯 문인화 작품도 함께 선보이며 한껏 필력을 펼쳐놓고 있다.
어려운 원문의 한시 내용과 서체를 누구나 쉽게 읽고 감상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석저가 다양한 서체를 가진 한자의 어려움을 해소하면서 서예작품의 대중화를 시도한 '현대 서예'의 면모이다. 서체 이외에도 화면 구성이 단조로워지는 것을 피하기 위해 빨간 색, 노란 색 등의 색지와 문양지를 사용하고 있다.
이 또한 원문과 함께 해석을 나란히 적어 하나의 작품 속에 공존하며 균형을 잡고 있음직한 느낌을 준다. 일부 작품 속에 붓의 놀림으로 화선지 위로 남은 것은 한자의 형태를 벗어나 추상의 세계를 갈망하는 염원이 담긴 듯하다. 초서로 써내려간 대작 4폭은 전시장에서 이목을 잡아끌 만한 대표작인 듯. 70여 점을 감상할 수 있다.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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