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희귀 난치병-(19)중증 근무력증

근육의 힘이 약해지는 질병으로 인구 100만명당 40~80명 정도가 병을 앓고 있다. 여성은 20~30대, 남성의 경우 50~60대에서 주로 발병하며 질병의 진행 경과는 사람마다 다르다. 근력 약화가 빠른 속도로 확산되기도 하고 증상이 시작된 후 수개월 동안 큰 변화가 나타나지 않기도 한다. 또 증상이 나타났다가 자연적으로 사라지는 경우도 있다.

◆원인

면역반응 이상이 신경근 접합부에 영향을 미쳐 발병한다. 신경근 접합부는 말초신경의 가장 끝 부분인 신경말단부와 근육세포가 서로 접해있는 부분으로 전자현미경을 통해서만 볼 수 있다. 근육세포가 수축하고 힘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신경근 접합부의 신경말단부에서 아세틸콜린이라는 화학물질이 분비되고 이 물질이 근육세포막에 결합하여 근육세포에 전기를 발생시켜야 한다. 아세틸콜린이 결합하는 부위를 아세틸콜린 수용체라 한다. 중증 근무력증 환자의 경우 정상인에게서는 생산되지 않는 아세틸콜린 수용체에 대한 항체가 가슴샘에서 만들어진다. 이 항체가 아세틸콜린 수용체를 파괴해 근육으로 신경 신호가 전달되지 않게 된다.

◆증상

서서히 나타나며 가장 먼저 눈꺼풀과 안구를 움직이는 근육이 이상을 보인다. 얼굴 근육, 음식을 씹는데 사용되는 근육, 음식을 삼키는 데 사용되는 근육에서도 초기 증상이 나타난다. 눈꺼풀이 자주 처지고 안구를 움직이는 근육이 약해져 간혹 물체가 두 개로 보이기도 한다. 음식을 씹다보면 차츰 힘이 약해져 씹기가 힘들어진다. 삼키는 근육의 힘이 약해져 사레도 자주 들린다. 말을 많이 하면 목소리가 변하고 콧소리가 난다. 수개월 정도 지나면 팔, 다리, 전신의 힘도 약해진다. 증상이 안구에만 국한된 경우 안구형 중증 근무력증이라 하고 삼키는 근육 또는 팔다리 근육까지 침범된 경우 전신형 중증 근무력증이라 한다.

◆진단

환자의 증상을 자세히 관찰하는 것이 중요하다. 시간에 따라 나타나는 증상이 다르기 때문. 오전보다는 오후에 증상이 더 심해지고 근육을 사용하여 어떤 일을 일을 계속하면 힘이 점차 약해졌다가 휴식을 취하고 나면 다시 회복되는 등의 특징이 나타나면 정확한 진단을 위해 검사가 시행된다.

눈꺼풀 처짐이 있는 경우에는 텐실론 약물 검사를 한다. 텐실론을 정맥 주사하면 중증 근무력증으로 인한 눈꺼풀 처짐은 30초 내에 좋아진다. 팔다리에 근력약화가 있고 중증 근무력증이 의심되면 네오시티그민 약물 검사가 시행된다. 네오스티그민을 근육 주사하면 10~15분 후 근력이 좋아지고 2~3시간 동안 좋아진 상태가 유지된다. 약물 검사에서 증상이 호전되는 반응을 보였다면 중증 근무력증의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근육에 침을 찔러서 근육의 상태를 평가하는 근전도검사 뿐 아니라 가슴 CT 사진을 촬영해서 가슴샘에 이상이 없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또 혈액에서 아세틸콜린 수용체에 대한 항체 농도도 측정해 봐야 한다. 항체 농도는 안구형 중증 근무력증의 경우 60%, 전신형은 85~90% 정도 증가되어 있다. 어떤 환자는 특정 검사에서 양성반응을 보이지는 않기 때문에 진단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여러가지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치료

약물치료와 수술치료로 나뉘어진다. 약물치료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약제는 피리도스티그민으로 신경 근접합부에서 아세틸콜린 농도를 증가시켜 근육의 힘을 증가시킨다. 3~6시간 정도 효과가 지속되므로 하루에 3~4회 이상 규칙적으로 복용해야 한다. 하지만 피리도스티그민 복용은 근본적인 치료책은 아니다. 면역반응을 조절하는 약제인 부시피질호르몬제나 다른 면역 억제제를 장기간 복용해도 좋은 효과를 볼 수 있으며 제한적으로 면역글로불린 주사와 혈장교환술도 치료에 이용된다.

수술치료 방법은 가슴샘을 제거하는 것이다. 증상이 안구에 국한된 채로 1년 이상 지속된 경우에는 수술할 필요가 없다. 가슴샘에 종양이 있거나 환자 연령이 사춘기를 지났고 60세 전인 경우 수술치료가 권유된다. 수술은 발병 후 1~2년 내에 하는 것이 좋으며 수술치료 결과는 좋은 편이다. 치료 도중 호흡을 할 수 없을 정도로 환자 상태가 갑자기 악화되는 근무력 위기가 나타날 수 있다. 이 경우 인공호흡 등 응급조치를 곧바로 시행해야 한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도움말:임정근 계명대 동산의료원 신경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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