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맛·가격 모두 만족"…'즉석 조리식품' 인기 몰이

자취생활 3년째인 직장인 손희정(32·대구 남구 대명동)씨는 요즘 즉석요리에 맛을 들였다. 처음 자취할 때만 해도 직접 반찬을 만들었지만 항상 절반 이상 남기는데다 재료비 부담도 적잖았던 것. 작년부터 갖가지 즉석 국거리며 요리를 사서 먹는데 맛과 양, 가격 모두 만족스럽다고 했다. "일단 양이 적당해서 버리는 음식이 없고, 비용도 한 끼에 2천~3천 원 정도로 부담없습니다."

간편하게 데우거나 끓여서 손 쉽게 바로 먹을 수 있는 '즉석 간편 조리식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원룸촌을 중심으로 자취하는 직장인들, 맞벌이 부부 가정이 주고객. 특히 최근 패스트푸드가 몸에 좋지 않다는 언론 보도가 잇따르면서 가정에서 조리할 수 있는 '즉석요리'가 새삼 인기를 얻고 있는 것. 시중에 판매되는 즉석 조리식품은 무려 250여 가지를 넘는다.

맞벌이 주부 서영주(37·달서구 죽전동)씨는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들이 친구들을 초대했을 때에도 즉석 조리식품을 활용했다. "막상 아이 친구들이 온다는데 장보거나 요리할 시간이 없어서 걱정했는데,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카레나 오므라이스 등의 간편 식품을 사다가 대접했더니 반응도 오히려 좋았다."며 "햄버거나 피자를 사먹이는 것보다 마음이 편하다"고 말했다.

국내 간편 식품시장은 일본에 비해 여전히 성장하는 단계. 현재 대형 할인점의 경우 도시락, 영양밥, 베이비 립, 오므라이스 등 간단한 밥 종류를 비롯해 고추잡채·양장피 등 중화요리, 추어탕·선지해장국 등 국, 탕거리 등 200여 가지를 넘는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신세계 이마트의 경우, 작년 한해 즉석 조리식품 매출액만 무려 1천180억 원에 이른다. 이마트 조리식품팀 홍순건 바이어는 "조만간 냉이 된장국, 쑥 된장국도 간편 식품으로 선보이는 등 판매 품목수도 작년 226개에서 올해 250여개로 늘릴 계획"이라며 "특히 주 5일제를 맞아 이른바 '놀토'를 겨냥해 야외에서 쉽게 먹을 수 있는 도시락 상품 10여 종류를 개발·판매 중"이라고 말했다.

즉석 조리식품에서 단연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양장피, 커플 도시락, 단호박 죽, 원조 김밥, 새우 캘리포니아 롤, 밤 영양밥 등. 이들 상품들의 특징은 편리성을 강조한 식탁 대체요리라는 점. 게다가 이들 상품들을 한두가지씩 섞어 구입하면 한식, 일식, 중식이 모두 모인 일명 '퓨전 식단'을 차릴 수 있다.

일부 상품의 경우, 아예 여러 요리를 한데 담아 판매한다. 2종 샐러드의 경우 옥수수와 감자 샐러드가 함께 들어 있고, 중화 5품의 경우 잡채·칠리새우·양장피 등 5가지 중국요리가 있다. 최근엔 육개장, 추어탕, 올갱이국, 선지 해장국까지 즉석요리로 선보이는 상황이다. 일부 백화점 및 대형 소매점의 경우, 식품매장에서 고객이 탕이나 국거리를 지정하면 현장에서 바로 팩으로 포장해주기도 한다. 가격도 저렴한 편이다. 샐러드 종류는 100g당 1천200원 정도이며, 샌드위치는 1천500~2천200원, 양장피(대)는 6천 원, 칠리새우나 깐풍기 등은 100g당 1천500원, 영양밥은 100g당 1천 원이다. 햄버거스테이크, 치킨오므라이스 등 각종 도시락 제품은 5천 원 정도면 구입할 수 있다. 재료를 일일이 구입해 요리하는 것보다 훨씬 비용부담이 적다.

백화점 식품매장 관계자는 "패스트푸드 인기가 식는데다 핵가족화, 맞벌이 부부 증가 등으로 즉석 조리식품이 블루오션으로 떠 오르고 있다." 며 "조만간 우리나라도 일본처럼 가정내 요리를 사먹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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