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수입쌀 파문 '신뢰관계' 재점검부터

농민들의 수입쌀 하역 저지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지난 19일엔 중국산 가공용 쌀 수입선이 목포항에 들어가려다 시위대에 막혔다. 그 배가 하역지를 인천항으로 바꾼 오늘 아침 비슷한 시각엔 부산항에서도 경북'경남 농민들의 시위가 시작됐다. 미국산 밥쌀 수입선이 그곳에 도착했기 때문이다.

수입 농축산물의 하역을 막기 위한 농민들의 시위는, 경주를 중심으로 격렬하게 진행됐던 수입 소입식 저지 사태 이후 5년여 만에 재발한 것이다. 하지만 이번 상황은 양측의 양보를 통해 마무리되기 불가능한 상황이라는 점에서 생우(生牛) 수입 파동과는 차이를 갖고 있다. 어느 개인이나 개별 기업이 추진한 수입이 아니라 국가가 다른 국가와 약속한 일이고, 수입량도 갈수록 늘리도록 강제돼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부산에 도착하는 미국 쌀은 가공용이 아니라 밥쌀이라는 점에서 보다 자극적이다. 밥쌀수입은 이번 건을 시작으로 본격화 단계에 접어들었으며, 앞으로는 시장과 마트들에서 국산 쌀과 공공연히 경쟁하게 됐다. 그런 중에 미국과의 FTA까지 추진되고 있으니 농민들은 속수무책의 절망감에 떨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부산항에서 시위하는 농민은"우리 논밭에 낸 고속도로를 통해 수입 밥쌀이 이송되게 할 수는 없다"고 했다. 가슴을 저미는 말이다. 하지만 저지가 성공할 수 없으리라는 것은 농민들도 잘 알고 있을터이다. 그래서 그들의 목소리는 좌절과 절망, 슬픔으로 들렸고, 거기서는 외로움과 국가에 대한 불신이 함께 읽혔다. 지금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농업'농촌'농민에 대한 진정한 애정을 확립하고, 농민을 대신해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서는 일일 것이다. 그러한 일체감을 보여 줘야 농민들도 힘을 얻고 다음 대책을 함께 논의하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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