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성서공단의 '명물'…창립 60돌 맞은 태창철강

대구 성서공단에 있는 태창철강은 공단에서 유명한 '명물'이다. 쇳가루가 날리는 공장을 상상하고 태창철강을 방문한다면 누구라도 한번쯤 놀라게 된다. 회사 정문에 들어서 아름다운 정원과 독특한 사옥을 마주치면 여기가 정말 공장인지 헷갈릴 정도이다. 차갑고 강한 철을 만드는 곳이기 때문에 더욱 인간 중심적이고 자연친화적인 일터로 만들었다는 유재성(60) 회장의 기업철학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공장이 거대한 조각물

태창철강에 들어서면 식물원에 온 듯한 착각이 든다. 봄을 알리는 수복초가 곳곳에 피어있고 대나무, 소나무, 모과나무 등과 고불고불한 길이 운치를 더해준다. 전체 부지 5천500평 중 1천500평이 정원이다.

거대한 조각물을 연상시키는 사옥 건물은 건축가 박종석 씨가 설계했다. 마치 세 개의 건물이 따로 떨어진 듯한 비정형적인 모습이다. '해체주의'를 표방한 사옥은 '도전'이라는 기업정신을 공장에 담고 싶었던 유 회장의 특유의 고집으로 1996년 완공됐다.

어두워지면 정원수를 비추는 불빛과 건물 조명이 어우러져 사옥 전체에 은하수를 뿌려놓은 듯하다. 조명은 프랑스 에펠탑 리노베이션을 주도한 프랑스의 조명 아티스트 얀 케르살레의 작품이라고 한다.

사옥 옆 공장은 청록색으로 청량한 느낌을 준다. 1980년초 미국에 출장을 간 유재성 회장이 밀밭 가운데 서 있는 박스공장에서 감명을 받아 만들었다는 이 공장은 완벽한 박스형태로 오각형인 인근 공장들과 대조를 이룬다. 공장 내부에도 초록색으로 칠해 직원들에게 피로감을 덜어주는 등 세심한 배려를 했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직원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기업문화를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층마다 걸어놓은 유명 화가들의 작품, 비단잉어가 헤엄치는 연못, 영화상영 등 직원들이 문화생활을 향유할 수 있게 만든 강당, 사진 갤러리와 헬스장 등 곳곳에서 문화를 느끼기에 충분하다. 또 식당건물은 일본 오사카성을 닮았다.

◆부드러운 일터

1946년 경북 김천에서 협화상회로 출발한 태창철강은 올해로 창립 60주년을 맞았다. 1989년 국내 최초로 코일서비스센터(CSC)를 설립해 철강유통업계의 구조를 단순유통에서 가공으로 전환했으며, 94년 동종업계에서는 처음으로 중국에 진출하는 등 국내 철강가공 역사에 굵직한 선을 그은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선친의 사업을 물려받아 지난 1967년부터 회사를 경영하고 있는 유재성 회장은 지역 기업계에서는 소문난 '아트경영인'이자 '괴짜경영인'으로 통한다. 그는 일찍부터 화가, 건축가, 사진가 등과 교류하면서 부드러운 일터에 대한 철학을 다져왔다. 유 회장은 최근 제33회 '상공의 날' 기념식에서 은탑산업훈장을 수상하기도 했다.

"공장부지에 정원을 만들 때 아까운 공단부지에 공장을 안 짓고 정원을 만든다고 공단 입주기업들로부터 욕도 많이 먹었습니다."

유 회장의 취미는 다양하다. 그림, 사진, 스킨스쿠버, 산악오토바이, 수상스키 등 손으로 꼽기 힘들 정도. 그의 다양한 취미는 자연스럽게 사업으로 연결됐다. 조경에 대한 관심은 계열사인 '티시그린' 설립으로 이어졌다.

수령 200년 된 모과나무가 일본으로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20년 전부터 모과나무를 사들인 일화는 지역 경제계에서 유명하다. 유 회장은 "우리나라 모과나무를 일본으로 빼앗기는 것이 안타까웠다."면서 "그동안 사모은 모과나무 200여 그루로 곧 공원을 조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나만 좋다고 공장을 아름답게 꾸미는 것이 아닙니다. 일터를 아름답게 만드니까 직원들이 좋아하고 일할 맛이 난다고 합니다. 이것이 바로 복리후생 아니겠습니까."

모현철기자 mo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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