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전 8시 대구 중구 동인동 대구시청 주변 한 민영 주차장. 승용차 3대가 쏜살같이 들어왔다.
"처음 보는 차인데 이렇게 이른 시간에…." (주차장 직원)
"아저씨 아시면서. 오늘 대중교통의 날이잖아요." (대구시청 직원)
"아, 그걸 잊었네. 오늘 동네 주차장마다 한바탕 난리 나겠네." (주차장 직원)
시청 주변, 10곳 가까이 되는 민영 주차장 상당수에 이날 아침 차가 꽉꽉 들어찼다. 주차장에 차를 댄 양복차림의 남자들은 줄줄이 시청 입구로 들어갔다.
이날은 대구시가 지난 10월 지하철 2호선 개통과 더불어 선포한 '대중교통 이용의 날(매월 넷째 금요일)'. 모든 대구시 산하 공무원이 대중교통을 이용하자는 날이었다. 대구시는 자가용 승용차 통행을 줄이고 대중교통 이용을 늘리려 공무원들부터 솔선수범하자는 취지에서 이날을 도입했다.
취재진이 이날 아침 직접 확인한 결과, 대구시의 대중교통 활성화 대책이 공염불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무원들부터 자가용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
대구시 간부 공무원들이 차를 대는 대구시청 지하주차장. 이날 오전 9시, 모두 24대의 차량이 들어차 있었다. 가뜩이나 좁은 주차장이 아침부터 만원이었다.
시청 주변 한 노상주차장 관리원은 대중교통의 날인 매월 넷째 금요일이면 시청 주변이 난장판이라고 했다. 차량이 평소보다 2, 3배나 많이 몰리면서 골목마다 차량통행이 어려울 지경이라고 그는 털어놨다.
대구시청 별관 주변 한 민영주차장 관리인은 이날 '오늘 차 못 댑니다'라는 팻말까지 써붙였다. 지난달 넷째 금요일, 주차장에 너무 많은 차가 몰려 공무원들이 각성을 좀 해달라는 취지. 그는 "대중교통의 날 지정을 해놓고 공무원들부터 안 지키면 말이 되느냐."고 한숨 지었다.
이날 이 주차장 앞에서는 20여 대의 공무원 차량이 '문전박대'를 당하고 돌아갔다. 이 과정에서 취재 중인 기자에게 대구시 교통국 소속 한 공무원은 "법도 아닌데 안 지키면 어떠냐."며 "왜 이런 것을 취재하냐."고 폭언을 퍼붓기도 했다.
대구시청 입구에는 가족이 승용차로 공무원들을 태워주고 돌아가는 행렬도 줄을 이었다. 이날은 '승용차의 날'이었다. 대구시 공무원들 상당수는 대구시가 자체적으로 시행 중인 홀짝 운행제도 어기고 있다.
지난 23일 오전 9시, 대구시청 주차장을 확인한 결과, 이날 이곳에 차를 댈 수 없는 홀수 번호판 차량이 45대에 이르렀다. 민원인이 오지 않는 시간임을 감안하면 모두가 대구시 공무원 차량. 30%에 육박하는 위반율이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자신들이 스스로 만든 대중 교통의 날과 홀짝 운행제를 지키지 않는 대구시 공무원들의 행태만 봐도 대구시가 얼마만큼 '전시행정'과 '겉 보이기식 행정'에 오염돼 있는지 알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또 "시민들이 콩나물시루 버스에 시달려도 시민들의 체감고통이 정책에 반영되지 않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라고 했다.
한편 대구시는 올해 내로 대중교통기본계획을 수립하고 '대중교통 시범도시'로 지정될 수 있도록 건설교통부에 건의키로 했다. '자가용 승용차를 고집하는' 대구시 공무원들이 '책상머리 정책'을 또다시 만들어낼 우려가 나타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사회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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