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인사 좀 오시죠"…후보들 유권자 요구에 '난감'

"인사나 하고 가라는데 갈 수도 없고 안 갈 수도 없고,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5·31 지방선거와 관련해 유권자에 의한 불법선거 가능성이 여전하다는 지적이 많다.

상당수 출마희망자들이 예비후보 등록 후 사무소를 열고 본격 선거운동에 들어가자 각종 모임 간부를 자처하는 이들이 총회, 야유회, 단합대회, 등반대회 등 행사 일정을 일방적으로 통보한 뒤 "알아서 성의를 보여라."며 금품 기부를 강요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는 것.

한 포항시의원 예비후보는 "평일에는 하루 한두 건, 주말에는 서너 건의 모임 일정을 통보받고 있다."며 "보통 '다른 후보는 인사를 했으니 당신도 참고하라'는 식인데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묘안이 없다."며 한숨을 지었다.

포항 북구의 한 시의원 출마예정자도 "경쟁자는 이미 인사했다는 말을 들으면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신경 쓰이는 게 사람 마음"이라며 "모임에 가면 선거법 위반 우려가 높고 안 가면 표 떨어질 것 같고…."라며 "출마예정자 단속보다 유권자 단속이 더 시급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포항북구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유권자들의 반강제적 기부 요구는 고전적 타락사례에 속하지만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데다 선거때만 되면 설치는 전문 브로커들이 끼어 있어 적발 또한 쉽지 않은 게 문제"라고 했다.

한편 이번 지방선거부터 기초의원 정당공천제 시행으로 과거보다 선거열기가 조기 과열되고 그 정도도 심해지면서 이 같은 특징을 파악한 브로커들의 기부 요구나 청탁도 기초의원 출마희망자에게 집중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어진 단체장이나 광역의원 예비후보들은 선거판이 많이 깨끗해졌다고 분석하는 반면 기초의원 후보들은 유권자 타락상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상반된 주장을 내놓고 있다.

포항·박정출기자 jc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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