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차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취재하던 공동취재단의 중도철수 사태는 사전에 충분히 예견됐던 일로 분석된다. 이미 지난해 11월 제12차 이산상봉 행사 때 북측이 '납북' 표현을 문제삼아 현지 위성송출을 제한하고 일부 기자의 취재수첩을 빼앗는 등 불미스러운 일이 똑같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제13차 이산상봉 공동취재단은 방북에 앞서 보도관련 행동지침을 자체적으로 마련하는 등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다. 하지만 전혀 달라지지 않은 북한의 경직된 태도와 정부의 소극적인 대응 방침은 공동취재단 전원철수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초래했다.
북측은 행사 첫날인 20일 오후 SBS, MBC 취재진이 납북어부 천문석 씨 부부 상봉을 보도하면서 '납북', '나포'라는 표현을 썼다며 현지 위성송출을 차단했다. 이 과정에서 북측 보장성원(진행요원)들은 남측의 SNG 차량에 진입해 작동버튼을 임의로 조작하면서 송출작업을 방해했고 비디오테이프를 압수해 갔다.
이 같은 내용이 이튿날인 21일자 남측 조간에 보도되자 북측은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했다. 북측은 이날 오전 예정됐던 개별상봉을 연기하는 동시에 SBS, MBC 기자들의 취재를 제한하고 나섰다. 이에 공동취재단은 해당기자들에 대한 취재제한은 공동취재단 전체에 대한 취재제한 조치로 받아들인다며 이후 공식행사인 공동중식과 삼일포 참관 행사 등에 대한 취재를 거부했다.
7시간이 지난 후에야 개별상봉이 진행되는 등 우여곡절 끝에 행사가 재개돼 사태는 잠시 일단락되는 듯했다. 하지만 22일 오전 마지막 행사인 작별상봉에서 SBS, MBC 기자들이 현지 리포트를 강행하자 북측 보장성원들이 이를 제지하고 해당 기자의 금강산 철수를 요구했다.
이들이 북측의 요구를 거부하자 북측은 이날 오후로 예정됐던 1진 상봉단 귀환버스의 출발을 막았다. 심지어 북측은 해당기자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30분 안에 안 나가면 공화국 법에 따라 처리하겠다."고 초강경 발언까지 서슴지 않았고, 남측은 하룻밤을 더 지내더라도 원칙적인 부분에서 물러설 수 없다고 팽팽히 맞섰다.
양측 간 팽팽한 힘겨루기가 계속되던 중 북한 측이 오후 8시께 남측 상봉단을 찾아와 "금일 출국 예정인 인원들은 전원 다 내보내겠다."고 통보했다. 이에 남측 연락관이 북측 연락관에게 "금일 출국 예정인 인원 중에 SBS 기자가 포함됐는가."라고 묻자 북측 연락관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대답했다.
이와 관련, SBS 측은 "북측의 압력에 굴복한 것이 아니고 자체 판단에 따라 철수한다. 현실적으로 북측에서 취재가 불가능하다는 점도 고려했다."며 자사 기자의 철수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상봉단이 출발한 뒤 공동취재단은 현지에서 심야 회동을 갖고 이번 사태에 대한 대응 방안 의견수렴에 나섰다.
결국 공동취재단은 23일 오전 "북측의 취재 제한으로 인해 공동취재단에 참여한 SBS 기자가 귀환했고 취재 자유에 대한 원칙도 깨졌다. 더 이상 금강산에 머물 이유가 없다."며 전원 철수를 결정하기에 이르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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