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명숙 총리지명까지 '숨가빴던 순간'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24일 열린우리당 한명숙(韓明淑) 의원을 새 총리로 공식 지명하기까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프리카 3개국 순방에서 돌아온 지난 14일 '3.1절 골프' 파문의 책임을 물어이해찬(李海瓚) 총리의 사표를 전격 수리한 지 열흘간 총리후임 문제를 놓고 장고와번민의 시간을 보낸 셈이다.

그 과정에서 4∼5배수로 시작한 총리 후보군에 대한 인선 기류는 처음 김병준( 金秉準) 청와대 정책실장에서 한 의원으로 급격히 기울었다가 막판 들어 한 의원과김 실장이 병렬에서 검토되는 등 엎치락뒤치락 혼조양상을 보였다.

노 대통령의 마지막 고민 역시 이틀 전 김만수(金晩洙) 청와대 대변인이 밝힌대로 "정치적 상황"과 "정책의 연속성" 가운데 어떤 것에 더 가중치를 두느냐였다.

이 두 가지 상충되는 핵심 기준을 놓고 총리 지명 발표를 앞둔 전날까지 고민이거듭됐다.

노 대통령은 23일 '국민과의 인터넷 대화'에서 총리 인선과 관련, "아직도 마음을 못 정했고, 어떤 방향인가에 대해서도 결정을 못했다"고 고심을 털어놓기 까지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밤부터 오전까지 막판 고민을 거듭했고, 결국 마음을 정하지못한 상태에서 오전 9시 '참모회의'를 소집, 인선 문제에 관한 종합보고를 들은 뒤에야 최종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이 회의에서는 이병완(李炳浣) 비서실장을 비롯, 인사추천회의에 참석하는 참모들이 정치권 반응과 언론 보도 등 여론동향에 관해 종합적 상황보고를 개진하는 식으로 40분 가량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의에 총리 후보인 김병준(金秉準) 정책실장은 참석하지 않았다.

노 대통령은 참모들의 의견을 경청한 후 자신의 고민을 최종적으로 정리, 한 의원을 총리로 지명하는 쪽으로 마음을 굳혔다는 후문이다.

노 대통령은 특히 결단을 앞두고 여론의 흐름을 비중있게 고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총리를 교체할 때 적용된 여론 중시 태도가 후임 총리 인선에서도 상당한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물론 열린우리당 정동영(鄭東泳) 의장과 여당내 여성의원들의 '여성총리' 지명건의 등 한 의원에 대한 여권내 광범위한 지지 여론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이병완 실장은 브리핑에서 "두 분에서 한 분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임기 4년차이후, 국무총리를 가장 효율적으로 운영할 분이 누구인가, 또 현 정치적 상황과 국회와의 관계 등 여러 부분까지 고려해 한 의원을 지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참모들과의 회의를 거치며 노 대통령의 최종 결심이 굳어지면서 그간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안갯속을 걸었던 총리 지명 절차는 비로소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노 대통령은 오전 10시께 부속실을 통해 한 총리 지명자와 오찬 약속을 잡을 것을 지시했고, 이날 아침 카자흐스탄에서 귀국, 자택에서 휴식을 취하던 한 지명자는오전 11시께 부속실로부터 연락을 받고 철저히 보안을 유지한 상태에서 청와대에 들어와 대통령과 점심식사를 함께 했다.

이 자리에서 노 대통령은 지명 사실을 통보하면서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국정운영을 당부했고, 한 의원는 지명 수락의 뜻과 함께 "최선을 다해 총리의 역할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고 배석했던 이병완 실장이 전했다.

한 의원도 이날 오찬에서 정식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청와대 상당수 참모들은 이날 오후 2시 발표 시점까지도 누가 총리로 지명될 것인지 짐작하기 어려웠고, 인사수석실도 점심 무렵까지 '김병준 총리 지명' 발표문까지 2개의 발표문을 준비하고 대기했다는 후문이다.

노 대통령과 한 지명자의 오찬회동에 배석했던 이 실장은 오후 1시30분께 오찬을 마치고 사무실에 돌아와서야 2개의 발표문중 '한명숙 총리 지명' 발표문을 꺼내들고 청와대 출입기자들이 기다리던 춘추관으로 향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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