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희 축하합니다.
류호기 형! 오는 4월 2일이 고희(古稀)라고 했죠? 그 날은 흩어져 살던 영식 영애들과 자부님들이 다 모여들 것이라고 했지요. 가까운 친구들과 식사나 하자구요? 어쨌거나 초청해주어서 고맙긴 합니다. 그러나 "축 고희!"란 말은 어째 그렇습니다.
나는 도대체 형의 연세가 고희라는 사실이 믿겨지지를 않습니다. 형이 고희라면 그럼 나도 내후년이면 고희가 된다는 말씀 아닙니까? 글쎄요! 형이나 나나 친구들이나 우리가 언제 노인이란 생각해 본 일이 있나요. 언제 '할아버지!'라는 호칭 들어본 적이 있나요.형은 경로우대자라도 요금을 꼬박꼬박 지불하고 지하철을 타는 성격 아닌가요.
우리는 하루가 멀다하고 공원에서 만납니다. 만나면 40대 못잖게 웃고 농담하고 식사하고 노래방가서 노래하고 야단입니다.특히 형은 준수한 용모에다 매너까지 그지그만이라 마냥 분위기 메이커가 아닙니까. 형이 하루라도 안 보이는 날엔 두류공원이 울고 친구들이 울려고 합니다. 그런데 고희라니요?
친애하는 형! 딱하나 부탁할 말이 있습니다. 하루에 스무 잔 마시는 커피, 하루에 한 갑씩 피우는 담배, 그것 제발 좀 줄여주십시오.
부디 만수무강을 빕니다.
김용도( 대구시 남구 대명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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