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어릴때 겨울은 길고 길었다. 마땅히 할일도 크게 없었고, 조금 시골인터라 중학교에 들어갔지만 공부하라며 다그치던 부모님들도 없었다.
중학교1학년 겨울방학 동네에 또래가 유난히 많았던 우리는 방학을 이용해 돈을 벌어보기로 했다. 한 아이의 집을 작업장으로 정하고, 거의 날마다 모여서 작업을 하다보니 자연히 이야기 보따리가 풀어지게 마련이었다.
그날도 야간작업을 하자며 저녁밥을 먹고 다들 모였다. 9시가 조금 넘자 그집 엄마가 옆으로 모로 누워서 주무시는데 우리들이 보기엔 거의 깊은 잠에 빠진듯 했다.
귀신이야기, 동화책 읽은 이야기.... 날마다 들어도 재미있고 즐거웠다. 그런데 한친구의 이야기는 기상천외한 소재였다. 그것은, 그친구에게 남자친구가 있다는 얘기였다. 그아이는 자신의 사귀는 남자친구 이야기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우리들 가슴이은 콩닥거리다 못해 거의 숨이 멎을 지경이었다. 소 죽을 끓이다가도 생각이 나고 밥 먹다가도 , 길을 가다가도, 걔생각에 공부도 안된다고....
우리들은 너무 너무 그애가 부러웠다.
다음날 아침 온동네가 난리였다. 옆으로 돌아 누워 자는줄 알고 있었든 그애 엄마가 우리 이야기를 다 들은 것이었다. 우리 호랑이 할머니는 쪼맨한 가시내들이 모여서 연애 이야기나 한다며 다시는 부업도 못하고 바깥출입도 금지였다.
어제 퇴근하면서 갑자기 30년전 추억이 생각나서 혼자 킥 ~소리가 나게 웃었다. 우리 딸애가 벌써 고등학교에 들어갔다. 엄마의 이런 이야기에 딸은 무어라 할까... 그때 그 친구들이 보고싶다.
김정남(대구시 달성군 현풍면 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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