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적부터 버려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24일 새 총리에 열린우리당 소속 한명숙(韓明淑) 의원을 내정하자 한나라당이 "지방선거를 의식한 정략적 인선"이라고 반발하며 보인 첫반응이다.
노 대통령이 야당의 일관된 요구를 무시한 채 지방선거를 코앞에 두고 여당 소속 의원을 새 총리로 내정한 것 자체가 말이 안되지만 이왕 이렇게 된 마당에 국회인사청문회를 통과하려면 당적을 버리는 최소한의 성의를 보여야 한다는 것이 한나라당의 기본 입장이다.
한나라당은 특히 한 총리 지명자가 당적을 버리지 않을 경우 "청문회를 보이콧할 수 있다"는 강경입장을 재확인하는 동시에 첫 여성 총리가 향후 지방선거 정국에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었다.
충남 천안 방문도중 총리 내정 사실을 전해 들은 박근혜(朴槿惠) 대표는 "여자냐 남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중립성이라는 부분이 중요한것"이라면서 "(이 정부가) 지방선거를 제대로 치르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적어도 중립적 의지는 있어야 하는데 법무장관도 여당 당적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라며 여당 소속 인사를 총리로 내정한데 대해 불만을 드러냈다.
이재오(李在五) 원내대표는 "당적정리 없이 총리를 내정한데 대해 유감을 표시한다"면서 "청문회까지 당적을 스스로 정리하기를 바라며, 당적을 버리지 않으면 한나라당의 청문회 참여는 어렵지 않겠느냐"며 당적정리 거부시 청문회 보이콧 가능성을 강력 시사했다.
한나라당이 이처럼 당적문제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이유는 다름아닌 지방선거 때문이다. 여성표를 의식, 여성 총리 지명 자체를 강력 반대하기 어려운 만큼 대신 당적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하고 있는 것.
대선정국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총리가 여당 당적을 갖고 있을 경우 아무래도 공정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근본적인 불신에서다. 한나라당이 구치소 재소자 성추행 사망사건을 문제삼아 선거사범 단속의 주무장관인 천정배(千正培) 법무장관의 사퇴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공정성 시비 이외에도 여성표를 의식한 정치적 판단도 다분히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최연희(崔鉛熙) 의원의 여기자 성추행 사건으로 안그래도 여성표를 까먹고 있는 마당에 여성 총리가 탄생할 경우 당의 '여심'(女心) 회복 및 여성표 공략에 막대한 차질이 발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엄호성(嚴虎聲) 전략기획본부장은 "노 대통령이 지방선거를 의식한 지극히 정략전인 인선을 했다"면서 "첫째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강금실(康錦實) 전 법무장관을 띄우기 위해, 둘째 강금실 한명숙 콤비를 내세워 여성표를 끌어 모으기 위해한 의원을 총리로 지명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당 일각에서는 한 총리 지명자가 당적을 버리지 않더라도 인사청문회를무작정 보이콧 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당적과 선거중립을 청문회 보이콧의 명분으로 삼는다 해도 자칫 여성계 등에서 '여성이기 때문에 반대한다' 고 반발할 경우 여성표 이탈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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