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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문 다 모여!"…포항시장 선거는 '학맥대결'

'이러면 안된다.'하면서도 선거 때마다 가장 흔하게 동원되고 결집력도 확실한 연줄이 바로 학맥이다. 포항시장 선거도 예외는 아니다. 이번 선거에서 포항제철공고, 포항고, 경북고, 동지상고(현 동지고) 등 지역의 유력 학맥 '대표주자'들이 제대로 만났다.

포항시장 유력 주자군은 한나라당 공천 경합을 벌이고 있는 공원식, 김순견, 박승호, 허명환 예비후보와 무소속 출마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는 박기환 전 포항시장 등. 아직 공천자가 확정되지 않아 예선전 성격이 강하지만 이들의 당선 당위성을 주장하는 골수 지지자들 가운데는 유독 고교 동문들이 많다.

◆포철공고=공원식(1회), 김순견(6회) 두 예비후보를 냈다. 공 씨는 3선 시의원에 현직 의장이고, 김 씨는 2선 도의원(최근 사퇴)으로 예결특위위원장을 지냈다. 포철공고는 그동안 포항의 주류를 형성해왔던 포항고와 동지상고에 상대적으로 한 발 밀려 있었는데 이번 지방선거를 계기로 최소한 동등선상에 올라서겠다는 투지를 보이고 있다. 한 동창회 간부는 "동문 2명 중에서 공천자가 나올 것으로 확신한다."며 "공천작업을 통해 후보 단일화가 이뤄지면 대다수 동문들이 집결해 시장 만들기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포항고=박승호(23회) 예비후보를 출전시킨 포항고 동문들 사정도 절박하다. 최근 동문들 사이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말이 "이번에는 한 명 내야(당선시켜야) 되는데…."라는 것. 한 동문은 "허화평 전 국회의원 이후 이렇다할 유력인을 배출하지 못해 '지역 최대 학맥'의 자존심이 구겨졌다고 푸념하는 사람이 많다."며 "이번 지방선거를 권토중래의 계기로 삼자는 말을 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포항고 동문들은 기초·광역의원 선거에 많은 동문들이 출마해 연계전략을 펴기에도 좋다며 보이지 않는 세결집이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경북고=대표선수는 허명환(58회) 예비후보다. 동문들은 상대적으로 숫자는 적지만 파괴력은 뒤지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 지역 내에서 부족한 세력은 외지 원군으로 보충할 수 있다는 기대도 많다. '외지 원군'은 대구와 서울 등지의 동문들을 뜻한다. 여기에다 한나라당 내부 구조를 감안하면 포항지역 주류 학맥에 결코 밀리지 않는 질적 우수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 경북고 출신들의 공통 논리다. 허 씨가 출발은 늦었지만 막판 저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기대의 저변에는 이런 믿는 구석이 자리하고 있다.

◆동지상고=박기환(17) 씨의 동지상고는 사정이 좀 복잡하다. 현재 포항 정계는 동지상고를 주축 학맥으로 봐도 무리가 아니다. 이상득, 이병석 두 국회의원이 모두 '동지' 출신이고 이상득 의원의 동생 이명박 서울시장도 동문이다. 하지만 박기환 씨와는 노선이 다르다. 다만 "우리는 정치색과는 무관하다. 시장도, 국회의원도, 대통령도 동지에서 나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지고 있을 뿐"이라고 말하는 이들이 많아 후보 본인(박기환)과 야전사령관(이상득, 이병석)을 놓고 선택해야 하는 동문들만 골치 아프게 됐다.

포항·박정출기자 jc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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