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공산 자락, 뽀오얀 목련 꽃잎이 개나리와 어우러져 한창이다. 우윳빛 꽃잎이 9장으로 보이는 이 꽃을 두고 흔히 목련이라고들 부르지만 본디 꽃 이름은 '백목련'이다.
대구시가 시화(市花)로 지정한 '목련'은 실은 잎이 6장이고 백목련과 달리 잎이 얇으면서 갈라 떨어져 핀다. 관상(觀賞)용으로는 백목련에 비해 다소 우아한 모습이 떨어지나 토종이고 추위에 강해 보급이 쉬운 장점이 있다.
백목련을 시화로 지정한 도시는 대전과 충청북도 두 곳이나 대구는 시화의 이름은 목련이라고 정해 두고 시청 공식 서류나 간행물에는 대전과 같은 백목련 사진을 시화로 게재하고 있다. 뒤바뀌어 있는 셈이다.
대구시가 발간하는 홍보물에 게재된 시화의 사진을 진짜 목련으로 바꾸거나 반대로 사진을 기준으로 삼겠다면 꽃의 이름을 백목련으로 되 바꾸어야 앞뒤가 맞다는 얘기다.
무궁화 같은 나라꽃이나 시화의 선정 기준은 대체로 3가지의 원칙을 두고 따진다고 한다. 우선 꽃의 생김새와 꽃말 등 그 꽃이 상징하는 의미가 도시나 국가의 전통 문화'정신과 어우러져야 하고 토양이 맞아야 하며 확산 보급이 손쉬워야 한다. 백목련은 우리 토종이 아닌 중국이 원산지라는 점과 추위에 약해 봄 꽃샘추위가 긴 해에는 미처 꽃잎이 다 피기 전에 누렇게 시드는 약점이 있어 시화로는 문제가 없지 않다.
대구시의 시목(市木)도 마찬가지다. 대구의 시목은 전나무지만 실제 도심거리나 공원에서 우리 도시를 상징하는 시 나무를 보기가 힘들다. 더구나 대부분 청석 지반과 물기가 적은 대구의 토양에서는 토심이 깊고 물기가 많은 곳에서 잘 자라는 전나무는 생육에 문제가 있다. 따라서 척박한 땅에서도 매우 잘 자라고 우리나라 410개 천연기념물 중 1호인 도동의 측백나무로 시목을 바꾸는 것이 우리 시로 봐서는 의미 있고 생태학적으로도 합당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새 시장(市長)이 뽑히고 나면 시민들과 시의회, 식물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다시 지혜를 모아 볼 만한 논의거리다. 대구 꽃이 무슨 꽃이 되든 시목이 어떤 나무가 되든 그게 뭐 그리 대수냐 할 수도 있겠지만 꽃으로든 나무로든 국기든 휘장이든 집단의 상징을 만들어 정하고 정신적 가치와 의미를 생활 속에 공유한다는 것은 그 공동체 구성원들의 집합과 결집에 긍정적 의미를 갖는 것은 사실이다.
조선왕조가 국호를 대한으로 바꾸어 대한제국을 세웠을 때 개혁된 새 황실의 신망과 권위를 세우기 위해 오얏꽃의 문장(李花紋)을 제정한 것도 국민과 황실이 오얏꽃이란 상징적 매개체를 통해 일체감을 도모한 예다. 오얏꽃의 꽃말이 진실'성실'정직으로 꽃이 상징하는 꽃말을 백성을 이끄는 표상으로 삼은 것이다.
꽃을 그룹의 상징으로 정한 예는 지체 높은 황실뿐이 아니라 기생들의 집단체인 권번에서도 있었다. 한성권번 모란화, 대정권번 국화, 한남권번 월계화, 경화권번 해당화 같은 상징 꽃을 통해 그들만의 결집을 꾀했던 경우다.
일부 여학교의 교화(校花)나 배지 교표도 나름대로 학교의 전통과 긍지와 명예를 지켜 가는 문장으로 아끼고 있다. 성신학원의 난초, 경북여고의 백합 문장, 이화여고의 배꽃 문장 등이 좋은 예다.
국가나 도시 학교뿐 아니라 집안에도 가훈처럼 집안 꽃(家花)을 정해 심어 보는 것은 어떨까. 갈수록 기능 중심 속물 중심으로 흘러가는 시대에 꽃을 통한 가족 사랑을 가르치는 것도 교육이다. 백장미를 가문의 꽃으로 했던 영국의 요크가나 흑장미를 가화로 한 랭커스터 가문이 아니라도 좋다.
집 마당에 도시 꽃 한 그루와 집안 꽃 한 그루를 심고 아파트 주민은 공원에 내 집안 꽃 한 그루씩 기증해 심는다면 꽃말로 뭉친 화합의 도시, 아름답고 밝은 대구로 다시 태어나지 않겠는가. 봄꽃이 화사한 이 봄날, 대구 꽃을 바르게 고치고 집 마당'공원엔 집안 꽃을 심어 보자. 우울한 대구의 밝은 변신을 위해-.
(도움말:식물학자 홍성천, 이정웅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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