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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이라크공격 계획 두 달전 블레어에 전달"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2003년 1월 영국의 토니 블레어총리에게 미군 사찰팀이 이라크에서 대량살상무기를 발견하지 못하고 유엔결의가 없더라도 이라크를 공격하겠다는 뜻을 명확하게 전달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7일보도했다.

NYT는 기밀로 분류된 영국의 비망록을 인용해 부시 대통령은 그 해 1월31일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2시간 동안 진행된 블레어 총리와의 비공개 회담을 통해 전쟁의 불가피성을 역설했다면서 이같이 전했다.

NYT가 입수해 보도한 이 비망록은 블레어 총리의 당시 수석 외교정책 보좌관인 데이비드 매닝이 작성한 것으로, 두 정상의 당시 백악관 회동에 관한 정보가 담겨있다.

매닝은 당시 블레어 총리의 전언을 간접적으로 비망록에 옮겨 실으면서 "(대이라크) 군사작전 개시일은 3월10일로 정해졌으며 이 날은 폭격이 시작되는 날"이라면서 "우리의 외교전략도 이 군사작전과 함께 조정돼야 한다"고 적었다.

부시 대통령과 블레어 총리가 회동한 지 5일 뒤 당시 콜린 파월 미 국방부장관은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를 은닉하고 있어 세계 안보에 위협이 되고 있다는 증거를제시하기 위해 유엔에 출석하기로 돼 있었다. 비망록에 따르면 두 정상은 개전하면 전쟁을 조기에 승리로 이끌어 통제가 가능한 새로운 이라크 정부에 권력을 이양하는 방안까지 구상했다.

특히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에서는 서로 다른 종교와 인종 간에 내전이 일어날것 같지는 않다고 전망했으며 블레어 총리도 동감을 표시했으며 이라크에서 대량살상무기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에 대해서도 두 정상이 인정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 침공 전까지 대량살상무기의 증거가 발견되지 않을 가능성에 대비해 사담 후세인 당시 대통령 암살이나 이라크의 표적이 되도록 미군 정찰기를 유엔 정찰기로 위장하는 방안 등을 언급하기도 했다. '극비'라는 스탬프가 찍힌 5쪽짜리 이 비망록은 지난 1월 영국의 국제법학자인필립 샌즈가 기술한 '무법천지'(Lawless World)란 책자에 일부 내용이 공개되기 전까지는 일절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었다.

NYT는 2월초 런던의 '채널4'가 비망록 발췌내용을 전한 이래 비망록 전문을 입수해 분석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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