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오후 11시 대구 달서구 장기동의 한 노래방. 테이블 위엔 빈 양주병과 맥주병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고 거나하게 취한 직장인들이 이리저리 술잔을 돌리고 있었다.
남성들이 분위기를 유도하자 노래방 도우미로 온 여성들이 속옷을 벗어 던진채 테이블 위로 올라섰다. 갖은 동작의 춤을 추던 도우미들은 몇 만 원의 팁을 거머쥔 뒤에야 춤을 멈췄다. 도우미들은 손님들을 상대로 이른바 '2차'를 부추기고 있었다.
자신을 '민주'라 소개한 한 도우미는 "하룻밤 3, 4곳에서만 일해도 30만 원은 기본"이라며 "'2차'를 나가면 술도 덜 마시고 벌이가 더 괜찮아 굳이 마다않는다."고 말했다.
이 노래방은 유흥주점 허가를 받은 뒤 '노래방' 대신 '노래클럽', '노래팡', '노래주점' 등 노래방과는 다른 간판을 내건다. 노래방의 경우 술을 파는 것이 불법이지만 단란주점 등 기타 영업장으로 허가를 받으면 이를 피해갈 수 있다.
'가격 파괴'를 내세워 기존의 룸살롱 보다 싼 가격으로 남성들을 유혹하는 점도 특징. 이같은 유사 노래방들은 술을 파는 것은 물론 여성 도우미들이 알몸으로 춤을 추거나 속옷을 입지 않고 들어와 즉석에서 성행위를 벌이는 등 퇴폐 영업을 벌이고 있다.
이처럼 퇴폐 노래방이 일상으로 침투하면서 주부들의 '속앓이'가 깊어지고 있다.
주부 박모(39.대구 북구) 씨는 "남편이 대구 북구 고성동과 침산동 부근 퇴폐노래방에 재미를 들이면서 가정은 나몰라라 하고 있다."며 "접대부 아가씨들과 성매매하는 남편도 문제지만 당국이 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지 모르겠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노래방 출입을 하는 남편 때문에 가정이 파탄 직전이라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주부 서모(36·대구 동구) 씨도 "퇴폐 노래방에 '중독'된 남편 때문에 골치를 앓고 있다."며 "관할 경찰서에 신고를 하기도 했지만 노래방은 여전히 성업 중이고 남편 역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울먹였다.
남성들은 물론 여성들까지도 유흥업소의 접대부 문화에 대해 지나치게 관대하다는게 퇴폐영업이 근절되지 않는 원인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대구여성의 전화 관계자는 "남편이 노래방이나 유흥업소에 자주 출입하는데 대해 이를 외도로 생각하는 여성들은 많지 않다."며 "사회생활의 일부로 '용인'하는 것이겠지만 이를 빌미로 퇴폐·향락에 치우친 밤문화를 묵과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성매매 예방과 단속, 자활 지원 등에 대한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법무부가 시범 사업 중인 '존 스쿨'을 강화해야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
'존 스쿨'은 성구매 초범인 남성들에게 기소유예를 조건으로 하는 재발방지 교육.
미국 일부 지역과 캐나다, 프랑스 등에서 시행하는 집창촌 진·출입 차량의 사진 촬영 등도 대안으로 제시된다.
허경미 계명대 경찰행정학부 교수는 "일제 단속기간을 정해 집중단속하게 되면 퇴폐업소들은 그동안만 숨죽이고 있다가 다시 고개를 든다"며 "꾸준한 단속을 통해 당국의 법 집행 의지가 얼마나 확고한 가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청은 다음 달 9일까지 노래방에서 술을 팔거나 성매매를 알선하는 행위 등에 대해 집중단속을 벌이기로 했다. 경찰은 전국 3만 4천여 곳 노래방에 대해 집중단속을 실시할 방침이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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