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파트 분양시장 가격 구조조정 논란-(상)냉담한 소비자

아파트 분양 시장에 '황색등'이 켜지고 있다. 지난해 연말까지 이어지던 '분양 열기'가 최근 가라앉으면서 올 들어 분양에 들어간 단지 중 일부를 빼고는 초기 계약률이 10~20%에도 못 미치는 단지들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주택업계 안팎에서는 지역을 가리지 않고 수요자들이 받아들이기 힘든 '묻지마식 분양가 고공행진'에다 8·31 조치에 따른 중도금 대출 규제 등 '쌍끌이 악재'가 분양 시장에 본격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적정 수요를 초과한 일시적 공급 과잉 현상도 시장 환경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서서히 일고 있는 분양 시장의 '가격 구조조정' 논란에 대해 두차례로 나눠 살펴본다.

◆쌍끌이 악재에 맥 못추는 분양 시장

지난해 12월 분양한 수성구 시지동 '효성 백년가약'과 달서구 상인동 '대림 e 편한 세상'.

8·31 부동산 종합대책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지하철 역세권을 끼고 있는 두 단지는 전 평형 1, 2순위 마감과 95%를 넘는 초기 계약률을 기록했다.

올 들어 대구에서 분양에 들어간 단지는 8개. 그러나 이중 초기 계약률 60%를 넘은 단지는 동구 각산동 대우 푸르지오와 북구 칠곡 화성파크드림 등 2개 단지에 불과하다. 나머지 단지들 중 일부는 초기 계약률이 10%에도 미치지 못해 사실상 재분양에 들어가야 하는 실정이다.

이달 들어 분양에 나선 한 업체 관계자는 "초기 계약률이 높지 않을 것은 예상했지만 10% 선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며 "모델하우스를 방문한 소비자들은 많지만 이들 중 대부분이 관망세로 돌아서면서 계약률이 크게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최근 빚어지고 있는 분양 경기 침체의 주요 원인으로 부동산 전문가들은 '고 분양가'를 우선적으로 꼽고 있다.

투자 수요가 받쳐주던 지난해와는 달리 올 들어서는 분양 시장이 실수요자 위주로 재편됐지만 일부 업체들이 여전히 '고 분양가' 전략을 세우고 있는 탓이다.

실제 동구 신천동과 수성구 파동에서 분양한 신규 단지 30평형대 분양가가 지난해 수성구 시지 지역 분양가와 비슷한 2억6천만 원대에 이르고 있으며 달서구 신규 단지들도 2억5천만 원을 넘어서고 있다.

대경대 부동산경영과 김영욱 교수는 "올해 입주하는 수성구 시지 지역 아파트 가격이 2억5천만 원 대인 것을 감안하면 올 들어 분양에 들어간 단지들의 가격이 너무 높은 경향이 있다."며 "더 이상 분양 시장에서 묻지마식의 고분양가는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으로 보여진다."고 밝혔다.

여기에다 대출 규제도 분양 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분양대행사 대영의 이호경 대표는 "분양을 받고 싶어도 기존 중도금 대출이 있으면 제한을 받는 탓에 상당수 수요자들이 대기 수요에만 머물러 있다."며 "또 수요자 입장에서는 중도금 대출을 1건 밖에 받지 못하는 탓에 신규 계약시 이전보다 가격이나 상품성을 따지는 경향이 더욱 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즉 신규 계약이 쉽지 않은 탓에 단지 상품에 따른 수요자들의 '편중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분양가 구조조정 시작되나.

주택업계에서는 현재의 분위기가 이어질 경우 신규 분양 단지들의 분양가 상승에 상당한 제동이 걸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실제 분양을 앞둔 업체마다 분양가 산정을 두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상태다.

올 상반기 수성구 범어네거리 주변에서 분양을 준비중인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땅값이 치솟고 건축비가 올라 원가 부담은 늘었지만 분양가는 올릴 수 없어 내부적으로 분양가 산정에 진통을 겪고 있다."며 "50평형을 기준으로 평당 분양가 1천200만 원을 받아야 하지만 시장에서 받아줄지가 솔직히 의문"이라고 밝혔다.

달서구에서 주상복합을 준비중인 한 시행사도 "이미 토지 계약금을 지급한 상태여서 사업을 계속 진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당초 예상 분양가로는 계약률을 장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적자를 보지 않는 선까지 분양가를 낮출 계획이지만 이 가격도 현재 분위기에서는 승부를 걸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특히 상대적으로 주거 선호도가 떨어지는 비인기 지역의 분양가는 더욱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들은 "앞으로는 시행사들이 땅값을 높게 주고 구입한 사업지의 경우 시공사를 구하기 힘들어 질 것"이라며 "일부 시공사들은 지난해 약정 계약을 맺은 사업지에 대해서도 분양가가 높거나 단지 규모가 작으면 사업을 포기하려는 분위기가 강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계약률이 저조한 기존 분양 단지들도 분양 가격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여진다.

이미 일부 단지들은 지난달부터 초기 계약금을 5%로 낮추고 입주 때 내는 잔금을 20~30%에서 40~50%로 확대하는 등 사실상 분양가 할인에 들어간 상태다.

한편 분양권 시장도 향후 양극화 현상이 동반될 것으로 보인다.

분양대행사 아름다운 사람의 백영기 대표는 "비합리적인 고분양가 현상이 이어지면 입지가 좋거나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분양된 기존 아파트 분양권에는 수요자가 계속 몰릴 수밖에 없지만 초기 계약률이 저조한 단지는 침체된 시장 분위기가 이어지면 프리미엄은 물론 분양권 거래 자체가 힘들어 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협기자 ljh2000@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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