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경에 넋을 잃다"…홍콩 자유여행 체험

홍콩 국제공항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24일 낮 12시 40분. 부산 김해공항을 출발한 지 2시간 40분 만이다. 입국 심사대를 통과해 1층 공항버스 정류장으로 발걸음을 서둘렀다. 이국적인 멋에 끌려 오른 2층 버스. 구룡반도 '침사초이(Tsim Sha Tsui) 행이다. 2층 앞 좌석에 앉자 비에 가린 홍콩섬의 고층건물들이 저 멀리 희뿌옇게 보였다.

# 첫째 날

침사초이 정류장에 내려 호텔까지 걷는데만 20분 가깝게 걸렸다. 인파와 차량이 장난 아니게 복잡했다. 상점 간판들이 차도 위까지 점령한 홍콩 시내 특유의 풍경 탓에 길은 더 헷갈렸다. 이런 시장통의 허름한 아파트에서 살아가는 홍콩 서민들이 용하다 싶었다. 호텔 체크인을 마치고 나니 벌써 4시. 홍콩 서민들이 모이는 몽꼭(Mongkok)을 향해 서둘러 MTR을 탔다. 요금은 '옥토퍼스 카드(적립식 교통카드)'로 간단히 '찍고' 해결. 세 정거장만에 도착한 곳은 몽꼭의 '여인가'. 인근 캔톤거리, 화윤거리도 의류, 시계, 액세서리, 화장품 등 온갖 값싼 잡동사니와 먹거리들로 가득한 재래시장이다. 어묵, 고기꼬지 등 길거리 음식을 파는 상인들은 무뚝뚝하지만 인심이 좋다. 밤 10시쯤 침사초이로 돌아와 홍콩 문화센터, 호텔 페닌슐라 등이 있는 해안가를 걸었다. 날씨만 좋았다면 해변 산책로에서 홍콩섬의 고층건물들이 선명하게 보였을 텐데.

# 둘째 날

오전 9시 MTR을 타고 홍콩 디즈니랜드로 향했다. 침사초이가 있는 췬완선(筌灣線)에서 디즈니랜드 환승역인 똥총선(東通線) 서니베이역까지 30여분이 걸렸다. 이른 시간인데도 매표소는 홍콩인들로 넘쳐난다. 350 홍콩달러(HK), 우리 돈으로 4만 5천 원(HK 1달러 = 130원)의 입장료. 지난 해 개장한 최신 테마파크인 만큼 잠자는 숲속의 미녀의 성, 디즈니랜드 주인공 등 볼거리가 넘친다. 공짜 놀이 기차를 타고 있자니 갑자기 비가 쏟아진다.

홍콩 여행 하이라이트는 뭐니뭐니해도 백만불짜리 야경이 아닐까. 단 돈 1.7 달러를 내고 스타페리에 승선, 오후 5시쯤 홍콩 섬으로 출발했다. 10분 남짓한 항해지만 정말 낭만적이다. 목적지는 '빅토리아 피크'. 선착장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피크 트램'(Peak tream)을 타기 위해 버스를 기다리는데 중국인 여대생 둘이 말을 물어와 순간 당황. 9년전 홍콩이 중국에 반환되지 않았다면 대륙인인 키키(kiki)와 수(sue)가 홍콩의 야경을 볼 수 있었을까. 45도 경사로 산 정상을 향해 가는 피크트램 안은 초만원. 비 때문에 야경은 포기했지만 산정에서 느끼는 정취는 감격적이었다.

# 마지막 날

돌아오는 날이 되고서야 여행스케쥴에 대한 아쉬움이 남았다. 한국행 비행기 시간은 26일 낮 12시 15분. 김해공항으로 돌아가기는 '너무 이른' 마지막 비행기다. 월요일 새벽쯤에 도착하는 비행기였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지만 김해공항에는 아직 상품이 없다고 한다. 인천공항 경우 자정쯤 홍콩에서 출발해 새벽 4시쯤 도착하는 마지막 비행기가 있다.

홍콩에서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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